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국내용이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계속되는 무역마찰,구글사태,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달라이 라마,그리고 위안화 절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에서다. 중간선거,재선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내에서의 정치,경제적 위기 극복과 시선 전환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다. 중국 공산당 또한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체제강화와 애국심 고취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성과가 적지 않아 보인다.

위안화 절상문제도 그렇다. 중국은 대외적 압력이 아니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환보유고,인플레 압력 해소,내수진작 등 국내적 이유만으로도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위안화 절상을 말하는 미국도 위안화 지위 향상이 기축통화로서 흔들리는 달러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일방적으로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은 국지전을 통해 적절히 상대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미국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중국은 자신들이 얼마나 컸는지를 과시하고 있다.

G2 관점에서 보면 일본 도요타의 리콜 사태도 사건 자체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위기는 곧 오바마의 위기다. 게다가 사태는 도요타가 선도하는 하이브리드카로까지 번졌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하이브리드카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쇼든 아니든 간에 전기자동차에 매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동차를 규제산업이라고 단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동차의 진화가 기술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순진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시장의 큰 손은 미국과 중국이다. 앞으로 신종 보호주의가 판을 칠 가능성이 있다. 관세로는 비난받을 보호주의가 안전이란 명분하에 기술적 장벽을 높이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문제도 미국과 중국에 달렸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떠든다고 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 코펜하겐 회담에서의 유일한 성과는 바로 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살아있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지만 수주 과정에서 한국기술을 어떻게 믿느냐는 UAE의 물음에 미국 기술로 봐도 좋다고 했다. 지금 미국은 제1차 IT혁명에 이어 2차혁명도 주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판을 뒤엎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드는 중이다. 아시아 제조업에 특허 대(大)공세를 벌이는 특허괴물들이 가장 많은 나라도 미국이다. 오바마가 정치,경제적 다목적 카드로 금융규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오산이다.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국익에 해가 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 또한 미국인 까닭이다.

중국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를 걱정하지만 단 하루도 시선을 뗄 수 없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최대수출국이 중국인 점,이 하나만으로도 그렇다.

G20을 말하지만 이것저것 떨어내면 남는 건 결국 미국과 중국,바로 G2다. 한편으로는 경쟁을 벌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과 협력의 곡예선을 잘 타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G2시대,우리의 생존전략을 고민할 때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