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지치는 동계스포츠의 하이라이트는 크로스컨트리다. 10㎞ 이상을 질주하는 이 종목은 북미와 유럽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다. 그 바닥에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자존심' 이채원(29 · 사진)과 이준길(24 · 이상 하이원)이 밴쿠버올림픽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두 선수는 각각 여자 프리 10㎞,남자 프리 15㎞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국내 크로스컨트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이채원이다. 그는 이달 초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동계체전에서 여자 크로스컨트리 분야 4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1996년 전국체전 프리스타일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동계체전 무대에 데뷔한 이후 벌써 여섯 번째 4관왕이다. 통산 금메달 숫자를 45개로 늘린 이채원은 '알파인스키 간판' 허승욱(38)이 보유하고 있던 동계체전 최다 금메달 기록(43개)도 갈아치웠다.

이채원은 대화고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국내 크로스컨트리의 얼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무대의 벽은 높았다.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에 나갔지만 늘 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제스키연맹 랭킹은 현재 260위이고,최고성적(2006~2007시즌)도 131위로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강원도 시골의 학교에서 스키를 타고 등교하다가 크로스컨트리 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준길은 올해 열린 제64회 전국스키선수권대회 크로스컨트리부문 복합 우승,제38회 도회장배스키대회 크로스컨트리부문 일반부 금메달 등을 휩쓴 국내 1인자다. 스키가 싫어 군에 입대했지만 다시 크로스컨트리로 돌아온 이유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희열 때문이었다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페터 노르투그 주니어(노르웨이),루카스 바우어(체코) 등이 남자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에서는 코발츠크 저스티나(폴란드),스테이라 크리스틴(노르웨이) 등이 금메달 후보다. 오는 16일(한국시간) 남녀 결승전이 열린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