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낸드플래시 메모리 산업의 10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등 휴대용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이 호황 국면을 맞고 있지만 고성능 · 고용량을 앞세운 일본 도시바가 세계 1위 재등극을 노리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2%와 36.3%(도시바 합작사인 샌디스크 포함)를 기록했다. 2006년 45.4%와 26.1%로 더블 스코어에 육박했던 두 회사 간 격차가 불과 1%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이다. 같은 기간 하이닉스반도체의 시장 점유율도 17.7%에서 10.1%로 급락했다.

도시바가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는 데 성공한 것은 정보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도시바 제품은 같은 용량을 기준으로 한국 업체 제품보다 다소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정보 처리 속도를 앞세워 스마트폰 전자책 등에 대한 자사 제품 채택률을 발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도시바는 여세를 몰아 향후 3년 내에 10조4000억원을 들여 플래시 메모리 라인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는 대규모 투자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시바가 이 공장을 완공하면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은 현재 월 26만개에서 50만개로 늘어나 삼성전자의 생산량(월 30만개)을 뛰어넘는다.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보여온 공정기술 분야에서 경쟁사들이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지난 2일 업계 4,5위 업체인 마이크론과 인텔은 한국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0나노 낸드플래시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송형석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낸드플래시=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부품이다.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D램과 같지만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 MP3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휴대폰 등에 주로 쓰인다. 하드디스크의 차세대 제품인 SSD도 낸드플래시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