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전자책(e북) 시장의 개척자로 많은 일을 했지만 우리는 그 어깨 위로 올라설 것이다. "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이같이 선언했다. 경쟁 제품인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넷북(미니 노트북PC)은 기존 노트북PC와 비교해 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은 게 하나도 없다"고 혹평했다.

애플이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전자책과 넷북 시장을 한꺼번에 장악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격도 만만치 않다. 반(反)애플 진영에선 "아이패드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너무 크고 업무용으로 쓰기엔 성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아이패드는 올인원 IT기기

애플이 지난달 말 발표한 아이패드는 넷북,전자책 단말기,MP3 플레이어,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하나로 묶은 IT기기다. 아이폰처럼 '멀티 터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인터넷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줄이고 키우는 게 가능하다. 열려 있는 많은 페이지를 '섬네일'(여러 개의 사진이나 인터넷 페이지 등을 작게 줄여 한 화면에 모두 띄운 것)로 본 뒤 원하는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다.

디지털 액자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을 충전하기 위해 도크(받침대)에 올려놓으면 아이패드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 화면 상에 다양한 그래픽 효과와 함께 나타난다. 아이패드는 필기도구의 역할도 한다.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 간편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고,기존에 작성한 메모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도 있다. 가격은 모델별로 499~829달러이며,오는 3월부터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일부 모델이 3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이패드에 대항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업체들도 태블릿PC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MS는 듀얼 디스플레이(2중 화면)를 장착한 '쿠리어'라는 태블릿PC를 올 하반기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양쪽에 7인치 화면을 장착,책처럼 접고 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글은 자체 웹브라우저 '크롬'을 기반으로 한 태블릿PC를 올해 안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뜨거워지는 국내 태블릿PC 경쟁

국내서도 태블릿PC 개발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관계사인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태블릿PC를 개발,상반기 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차별화할 것"이라며 "한컴의 문서제작 프로그램인 '씽크프리'를 기본으로 탑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씽크프리는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 등이 주로 사용하는 한컴 오피스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장점이 있다.

LG전자도 태블릿PC 개발에 적극적이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 "태블릿PC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영향력 있는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시장 상황을 보며 관련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태블릿PC와 관련한 국내 부품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세서,터치스크린 등 태블릿PC의 핵심 부품은 한국 업체들이 강하다"며 "반도체는 삼성전자,LCD는 LG디스플레이 등이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태블릿PC의 성공 요소로 △차별화한 기능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합리적 가격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싸고 풍부한 콘텐츠 등을 제시했다.

◆전자책 업계도 반격

전자책 진영도 속속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전자잉크 방식의 6인치 디스플레이와 무선랜 기능을 담은 전자책 'SNE-60 · 60K'를 내놨다. 이 제품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0'에 공개된 제품이다. 슬라이드형 키패드가 달렸고 MP3플레이어를 내장해 책을 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SNE-60 · 60K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으로 전자책 콘텐츠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도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일 아침 신문을 자동으로 받아 보도록 설정할 수 있다"며 "원하는 기사를 스크랩해 저장하는 기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책이나 신문 등을 볼 때 화면 위에 메모도 할 수 있고,달력을 보며 자신의 스케줄을 작성해 저장할 수도 있다. 2기가바이트(GB) 용량의 메모리를 탑재해 전자책 콘텐츠 1400여 개를 담을 수 있으며,메모는 2만4000장까지 저장할 수 있다. 영한,한영,영영 사전 등이 있어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펜으로 클릭해 찾을 수 있다. 가격은 42만9000원이다.

아이리버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대부분의 디지털 문서를 별도의 파일 변환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전자책 전용 파일인 이퍼브(epub)나 PDF는 물론,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 각종 문서를 곧바로 읽을 수 있다. 가격은 30만원대 중반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