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그라운드 사고..10년 투병 끝에 눈감아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41세를 일기로 7일 오전 8시 세상을 떠났다.

강동구 명일동 부친의 집 근처 요양원에 있던 임수혁은 이틀 전 감기 증세로 강동 성심병원으로 옮겼고 이날 오전 심장마비가 오면서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빈소는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 12호실(☎02-440-8912)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 오전.
롯데 후배인 손민한 프로야구선수협회장, 박진웅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와 선수단, 원로 프로야구인의 모임인 일구회(회장 이재환)가 보낸 조화가 빈소에 설치됐고 롯데 시절 환하게 웃고 있던 고인의 영정사진이 문상객들을 맞았다.

고인은 급성 심장마비에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이 겹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영주(40)씨를 비롯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임세현(16), 중학교 2학년 딸 임여진(14)양이 있다.

전도유망한 포수였던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2루에 서 있다가 의식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심폐소생이 늦었던 탓에 임수혁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에 산소가 통하지 않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로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10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해왔다.

고인을 보살펴 온 아버지 임윤빈씨는 "건강하게 지내다 그제(5일)부터 갑자기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다.그러다 오늘 호흡곤란까지 겹쳐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비통해했다.

서울고와 고려대를 나와 1994년 롯데에 입단한 고(故) 임수혁은 현역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데뷔 첫해 29경기에서 타율 0.250을 때렸던 임수혁은 이듬해부터 안방마님으로 주전 마스크를 썼고 타율 0.247에 홈런 15방을 터뜨렸다.

2000년까지 7년간 남긴 통산 48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6을 때리고 홈런 47개에 257타점.
1996년에는 타율 0.311을 때리고 홈런 11방에 76타점을 올렸다.

타격 5위, 타점 3위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한창 전성기인 2000년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이후 기약 없이 병마와 싸워왔다.

전 소속팀인 롯데는 물론 히어로즈 선수단은 해마다 자선행사를 통해 임수혁의 가족에게 성금을 보내왔고 1천명이 넘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임수혁 후원회의 열렬한 지원을 받았지만 임수혁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사이판에서 전지훈련 중인 롯데 선수단은 비보를 접하고 고인을 깊이 애도했다.

주장 조성환은 구단을 통해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이다.

후배들이 자주 못 찾아봬 마음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선수와 팬 모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라며 슬퍼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앞으로 좋은 곳에 가실 거라 믿는다.

선배님의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열심히 해 반드시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캠프를 차린 히어로즈 선수단도 "슬프다"는 말로 애써 비통함을 달랬다.

현대 유니콘스시절부터 자체적으로 성금을 기탁해 온 히어로즈 선수단을 대표해 이숭용(39)은 "아침에 인터넷을 보고서야 소식을 알았다.

그동안 꼭 일어나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어보자는 심정으로 성금을 내왔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진웅 대표이사를 비롯한 롯데 임직원과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8일 빈소를 찾는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