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정보감지 기능 무뎌져 피습"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의 미군 병사 사상자를 냈던 지난해 10월 탈레반의 누리스탄주(州) 미군 전초기지 습격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베트남전 말기 베트콩에 공격당하는 미군기지를 연상케 했던 당시 사건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허술한 명령 및 협조 체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미 육군이 5일 공개한 사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3일 새벽 3시(현지시각)께 탈레반은 누리스탄주 캄데시 마을에 있는 키팅 전초기지 인근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주민들을 대피시킨 300여 명의 탈레반 대원들은 3시간 뒤 기지 인근 고지에서 골짜기 아래에 있는 전초기지를 포위한 채 로켓포와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의 급습에 기지에 주둔하던 미 육군 61 기갑부대 3중대 B분대와 일부 아프간군 병사들이 설치한 박격포는 무용지물이 됐다.

또 일부 탈레반 대원들은 인근 프리체 전초기지에 위협사격을 가해 병력 지원을 차단하는 한편, 캄데시 경찰서도 장악했다.

이후 무방비 상태가 된 3개의 출입구를 통과해 기지로 들어온 탈레반은 막사를 불태우고 무기 창고를 차지했다.

치열한 총격전 속에 당시 전투에서는 8명의 미군 병사가 죽고 22명이 부상했다.

기지에 있던 60명의 미군 병사 중 절반이 죽거나 다친 것.
아프간 병사 8명과 사설 경비업체 직원도 2명이 다쳤다.

미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탈레반 측에서도 대략 100∼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치열한 전투에도 몇 시간 동안 공중 사격 지원은 커녕 지원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원병력은 탈레반이 공격을 시작한지 13시간 만인 오후 7시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후 5시가 넘도록 교전을 벌이던 탈레반 잔당들은 모두 달아난 뒤였다.

결국, 키팅 전초기지는 자체 정보 입수와 감시 활동은 물론 후방 지원 기능까지 마비된 상태에서 탈레반의 공세에 쑥대밭이 된 셈이다.

미 육군은 별도의 성명에서 "당시 키팅 전초기지를 위한 정보, 감시, 정찰 자원이 다른 지역의 작전 지원에 전용됐다"며 "특히 과거 탈레반 기습 정보가 거짓으로 드러났던 탓에 정보 감지 기능이 무뎌졌다.

이로 말미암아 전초기지가 적의 매력적인 목표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