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별 의료기관의 서비스 종류와 품질에 대한 정보 제공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의약품의 종류를 재분류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의사와 약사가 일정 기간 후 자격증을 재갱신토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한국경제 국제 컨퍼런스'에서 KDI 선임연구위원인 고영선 박사는 "한국에서 소규모 의료기관들의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이 대형 병원에 몰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병원들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이어 "대형 병원을 가기 전에 1차적인 진료는 소규모 병원에서 받아야 대형 병원과 소형 병원 사이의 역할 분담과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동네 의료원들을 활용하기 쉽도록 정부 차원의 서비스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의료분야의 인적 자원에 대한 질적 제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진국은 의사 자격증을 재갱신하기 위한 테스트가 있지만 한국은 면허증만 따면 평생 동안 자격에 대한 검증 없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 판매에 있어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 앞서 약품 재분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스피린이나 소화제처럼 처방전이 필요없는 의약품은 슈퍼마켓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하자는 기획재정부의 주장과 관련,사전에 좀 더 구체적인 분류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 박사의 발표에 앞서 질 호로위츠 미국 미시간대 교수와 이억 맥얼리 호주 캔버라대 교수의 의료서비스 선진화와 관련된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의료서비스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맥얼리 교수는 "의료 서비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간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통제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특히 유럽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들이 민간병원 수준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