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경영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사가 약해지면 도와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은 5일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삼성이 지금 약해졌냐는 질문에는 "아직 강하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전략기획실 복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들이 전략기획실 역할을 하면 된다. 사별로 컨트롤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지금과 같은 계열사 독립경영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전부 투자하고 전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싸우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암(이병철)의 경영철학 중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는 이 전 회장을 비롯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유가족과 박태준 전 국무총리 등 고인의 지인들 및 삼성 CJ 한솔 신세계 등 범 삼성가(家) 그룹계열사 사장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전 회장은 유족을 대표해 "선친께서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큰 이정표를 남긴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과 사회 각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친의 유지를 변함없이 지켜나갈 수 있도록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베풀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평소 인재제일과 미래경영을 강조하신 고 이병철 회장이 살아 있다면 '문제는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이라고 하실 것"이라며 "도전과 창의,근면과 성실로 뭉친 인재들을 부단히 길러내는 것이 우리 기업과 사회가 나아갈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준/송형석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