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목뼈)는 뇌에서 온 몸으로 퍼지는 척수신경이 나오는 첫 관문이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지만 인접한 신경과 혈관을 건드리면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호흡 정지,뇌세포 괴사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 숙련되지 않은 의사가 함부로 수술했다간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기 십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경추클리닉은 이 같은 고위험 경추질환을 고난도 나사고정술로 치료하고 있다. 교통사고 등으로 경추가 골절됐거나 튀어나왔거나,류머티즘 등으로 목뼈 사이 관절이 불안정하다면 경추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경추뼈에 나사못을 박아 고정하는 나사고정술이 우수한 수술법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료용 강선으로 위 · 아래 경추를 얽어매는 방법을 썼다. 대다수 의사들이 고정력은 좀 떨어져도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해온 것이다.

이 클리닉의 염진섭 정형외과 교수는 2004년부터 경추나사고정술을 시행,경추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1~2번 사이를 고정하는 68건 수술 모두 성공하는 실적을 올렸다. 1998년 염 교수가 서울대 공대에서 개발한 나사 삽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이런 치료 성적을 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소프트웨어는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구성,나사못을 안전하게 박을 수 있는 최적의 궤도를 미리 안내한다. 그동안의 수술 결과 약 90%에서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고 나머지 10%도 뼈는 손상됐지만 신경이나 혈관을 다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방법이 학계에 상당히 알려진 지금까지도 많은 대학교수들이 1,2번 경추를 고정하는 고난도 수술을 이 클리닉에 의뢰하고 있다. 자칫 직접 수술을 하다가 실수하면 호흡근육이 마비돼 사망할 확률이 높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염 교수는 또 2번 경추의 신경근을 절단하지 않는 수술법의 치료결과가 더 우수함을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경추연구학회에서 발표해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는 "2번 신경근은 끊어놓더라도 뒤통수의 감각신경만 둔해지기 때문에 수술의 편리함을 위해 자르는 경우가 일반화됐으나 수술방법 개선을 통해 2번 신경근을 자르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게 됐다"며 "아무래도 2번 신경근이 절단되면 두통 등의 후유장애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추클리닉은 경추에 생긴 종양의 제거 등 고난도 수술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