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총격전으로 두 남북 요원은 각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이로써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는 파면당하고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버림받는다.

그로부터 6년 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접근한다. 지원은 도망간 동남아 신부들을 찾아주는 한규의 흥신소 일을 거들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의심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진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는 '공동경비구역'의 생활형 버전인 듯싶다. 비무장지대의 남북 병사들에서 서울 중심가에서 활동하는 남북 요원으로 대체한 게 다를 뿐,두 작품은 남북한의 동질성을 찾아내고자 시도한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화면에는 온기도 강해졌다. 극 중 두 캐릭터에선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한규는 '빨갱이를 때려잡는' 반공주의자이고,지원은 표적을 단박에 제거하는 냉혹한 킬러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가정을 갖고 있다. 카메라는 이 지점에서 깊숙이 파고들어가 우정을 길어올린다. 송강호는 마치 원맨쇼를 펼치듯,특유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그의 연기가 자아내는 웃음은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강동원도 자기 배역에 딱 맞게 행동한다.

두 주인공이 함께 도망친 동남아 신부들을 찾아다니는 설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남아 신부들은 우리 후손을 책임져야 하는 민족의 장래와 닿아 있다. 남북한이 더 이상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지 말고 함께 장래를 생각해보자는 함의가 아닐까 싶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