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미야자키 캠프서 훈련 돌입

이승엽(34.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배수진을 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승엽은 29일 오전 8시40분 김포공항에서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떠났다.

작년 11월17일 요미우리와 KIA의 한.일 챔피언십 시리즈 직후 귀국한 뒤 73일 만에 출국했다.

이승엽은 국내에 머무는 두 달여 동안 대구 세진헬스에서 몸을 만들고 개인훈련을 실시했다.

예년과 달리 자선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충분한 휴식도 취했다.

이승엽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으로 이동해 훈련을 시작한다.

30,31일 이틀은 두산 베어스 캠프에서 신세를 질 계획이다.

이어 2월1일부터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 1군 주력조에서 피말리는 생존경쟁을 시작한다.

이승엽은 이를 의식한듯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떠난다.

주전경쟁은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강한 결의를 다졌다.

2004년 아시아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은 올해로 일본 프로야구 7년째를 맞는다.

지난 6년간 통산 타율 0.271과 139홈런, 377타점을 남겼다.

2005년 지바롯데와 2006, 2007년 요미우리에서는 홈런 30개 이상을 때렸고 2006년에는 41홈런, 108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성적은 이승엽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초라했다.

2008년 왼손 엄지손가락 수술로 4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8홈런, 27타점에 그쳤고 작년에는 77경기에서 타율 0.219, 16홈런-36타점으로 부진했다.

2군을 들락나락거렸고 30타석 이상 무안타에 허덕이기도 했다.

8번 타자로 나서기도 하고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투입되는가 하면 첫 타석만 들어서고 바로 교체되는 수모도 경험했다.

2006년 11월 4년간 총액 30억엔에 계약한 이승엽은 올해가 요미우리와 계약이 끝나는 해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마지막 캠프가 될 지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번 전훈 캠프에서 외국인 선수는 물론 요미우리가 키우는 유망주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요미우리는 스토브리그 동안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출신의 내야수 에드가 곤살레스(32)를 영입했다.

이승엽은 1군에 네 명밖에 허용되지 않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에 포함돼야 한다.

요미우리 외국인 선수는 세스 그레이싱어, 디키 곤살레스, 위르핀 오비스포(이상 투수), 알렉스 라미레스, 곤살레스(이상 타자)와 이승엽까지 6명이다.

또 외야수로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수위타자인 라미레스가 1루로 전업한다거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7)가 3루에서 1루로 전향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이승엽의 입지를 위협하는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승엽은 그러나 "남들은 신경쓰지 않겠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모두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원점 발언'으로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이승엽의 야구 인생에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가 눈앞에 닥쳐왔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