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십년간 유지해온 분유의 대장균군(群) 검출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6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검역원은 2008년 12월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 규격'을 개정해 분유에서 대장균군의 검출을 일절 허용하지 않던 것을 완화해 일부 검출을 허용했다.

새로 바뀐 기준은 '1g짜리 5개 시료 가운데 단 1개에서만 대장균군 검출을 허용하되 10마리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장균군은 대장균을 포함해 비슷한 유형의 여러 세균을 통틀어 일컬으며, 위생 상태나 청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 세균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고광표 교수는 "대장균군이 검출됐다면 병원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검역원 관계자는 이처럼 검출 기준을 완화한 데 대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의 권고 기준에 맞춰 기준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기준이 다양해 일본은 불검출이 원칙이고, 유럽연합도 대장균군보다 좀 더 넓은 개념인 '엔테로박테리아'를 기준으로 삼아 불검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보다 엄격한 셈이다.

그러나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1g짜리 5개 시료 중 2개에서만 10마리 이하의 대장균군을 허용한다'고 돼 있어 우리보다 더 느슨하다.

검역원 관계자는 "각국의 검출 기준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회의(SPS) 규정에 따라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며 "호주, 뉴질랜드가 유제품 수출국이어서 기준이 느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기준 완화가 식품 안전성 강화 추세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런 조치가 언론을 통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채 추진돼 유업체의 편의 봐주기라거나 밀실 추진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검역원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개정 제안이 나왔고 이후 소비자단체가 참여한 자문위원회, 축산물 위생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입법 예고를 하고 개정했다"며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역원 관계자는 "다만 분유 대장균군 검출 결과를 검역원 홈페이지에 게재할 때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