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4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주춤하고 있어 올해 성장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저금리, 고환율, 재정 투입 등의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는 만큼 하반기가 더욱 걱정된다고 밝혔다.

◇ 작년 경제 비교적 좋았다
작년 연간 성장률은 0.2%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금융위기 영향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고 봐야 한다.

환란 발발 직후인 1998년에 경제 성장률은 -5.7%였다.

작년 연초만 해도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이 -6~-7%의 매우 암울한 전망까지 제시했던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한은 김명기 통계국장은 "작년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원이 많은 호주를 제외하면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했다"면서 "한국이 비교적 금융위기 충격을 잘 흡수했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애초 우려했던 것보다 굉장히 선방했다"며 "3분기와 4분기에 정부의 정책효과로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던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SK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 회복은 당국의 정책과 대중국 수출이 쌍끌이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회복 주춤하나
그러나 문제는 성장속도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0.2%로 3분기의 3.2%보다 둔화했다.

또 이 성장률은 한은의 전망치인 0.3%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 -5.1%에서 1분기 0.1%, 2분기 2.6%, 3분기 3.2% 등으로 가파르게 올라왔었다.

분야별로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3분기 1.5%에서 4분기 -0.1%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도 10.4%에서 4.7%로 둔화했다.

이에 따라 내수 증가율은 4분기에 1.0%로 전분기의 4.1%에 비해 크게 꺾였다.

3분기까지 가파른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재고는 2.8%에서 1.0%로 둔화했고 재화수출도 5.2%에서 -1.8%로 전환했다.

정부소비는 -0.8%에서 -2.9%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는 고환율, 저금리,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선진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4분기는 이런 효과가 줄어들면서 주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경제통계국의 김 국장은 "4분기 성장률 둔화는 그동안 가파른 성장을 한데 따른 조정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성장 모멘텀이 꺾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하반기가 걱정"
올해 경기 회복세가 탄탄하게 지속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선진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5%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상당 부분 지난해 굉장히 낮았던 수준과 비교하는 `기저효과'에 힘입은 것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장민 실장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쪽에서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정부의 정책효과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발휘되고 나면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도 "소비가 회복기조에 들어섰지만, 고용개선이 기대보다 더디다"면서 "중국 경제의 긴축 전환과 미국 주택경기 및 소비의 부진 등이 불안 요소"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할 수 있어 하반기 출구전략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