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3위 화장품업체 더페이스샵 인수를 완료하면서 브랜드숍 화장품 간에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더페이스샵과 비슷한 자연주의 컨셉트의 이니스프리를 분사시켜 '빅 브랜드' 만들기에 나섰고,미샤 · 토니모리 등 중소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늘려 '빅2'의 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양대 화장품 로드숍에서 한판

화장품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태평양(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간 한판승부다.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인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로드숍(가두점) 채널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LG생건의 멀티 매장인 '뷰티플렉스'(970여개)와 더페이스샵(700여개)을 합치면 점포 수가 총 1670여개로,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아리따움'(1040개)과 이니스프리(270여개),에뛰드하우스(200여개)를 합친 것보다 150여개 많다. 업계에선 현재 문을 닫고 있는 뷰티플렉스 매장이 더페이스샵으로 간판을 바꿔달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이 더페이스샵 사장을 겸직하고,한영태 부사장(화장품사업부장)을 더페이스샵 부사장으로 전보한 것도 주목된다. 한 부사장 등 10여명이 지난 18일부터 더페이스샵에 파견돼 실사에 들어가 조만간 구체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태평양은 지난 1일자로 아모레퍼시픽에서 '이니스프리'를 분사시켰다. 자체 브랜드숍인 '아리따움'에 집중하고,이니스프리를 독립된 브랜드숍 업체로 키우겠다는 것.이니스프리는 지난해 270여개 매장에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중 성장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를 위해 '아리따움'사업부장과 '에뛰드하우스' 브랜드장 등을 지낸 로드숍 전문가 안세홍씨를 이니스프리 대표로 임명했다.

◆중소업체들 '성장 기회'로 노린다

중소업체들은 더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에 편입되는 과도기를 틈타 유통망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70%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브랜드숍 2위인 미샤 측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보고,매출 목표를 30% 성장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연내 지하철 유통망 등 신규 매장을 발굴,380여개인 매장을 올해 5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브랜드숍 시장에선 매장 수나 매출 면에서 더페이스샵과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더페이스샵이 LG생건의 체계적인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일 뿐 시장판도가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대신 매장 수 확보와 히트상품을 발굴,브랜드숍 시장 2위 자리 탈환에 주력하겠다는 것.미샤와 스킨푸드가 2위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론칭 4년 만에 처음 흑자를 낸 토니모리도 올해 매달 10개씩 매장을 늘려 총 250개까지 확보하며,2~3년 내 2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한편 정운호 전 더페이스샵 회장이 조만간 더페이스샵의 남은 지분 10%를 정리하고,지난해 3월 출범한 네이처리퍼블릭에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