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을 벗어남에 따라 해외 인프라 건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현재 약 6조500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앞으로도 매년 5% 정도씩은 규모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닛케이(日經) 비즈니스 조사에 따르면 향후 추진될 세계 인프라 투자는 430조엔이 넘을 것으로 추계되었다. 국내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5000조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한국 국내총생산의 5배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개도국들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통,에너지,환경,통신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건설 분야는 국내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성장 원천이다. 경제 개발 초기 한국의 외환 부족을 막아준 것이 바로 해외 건설이었다. 한국 경제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는 데도 해외건설은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상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수주해 올해 해외 건설 수주에 거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의 해외 건설 수주 규모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 건설 시장 점유율은 아직 2.9%에 불과해 세계 13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점유율이 11.1%이고 일본이 6.3%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훨씬 뒤떨어져 있다. 공사 수익률과 외화가득률이 낮은 점도 해외 건설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이 보다 많이 해외 건설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주 다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는 대부분 중동 지역에 치우쳐 있다. 게다가 수주 분야도 플랜트가 대부분이다. 수주 지역과 대상이 한정되다 보니 국내업체들끼리 갈수록 과당 경쟁이 심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성장에 의해 인프라 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신흥 성장 지역에 대한 수주 노력을 높이는 한편 진출분야도 엔지니어링이나 도시개발 사업 등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둘째, 금융 조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 건설 시장에서 단순 도급 사업은 감소하고 위험 부담과 수익성이 큰 대규모 투자 개발 사업의 발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자원 부국들은 '자원 개발과 인프라 투자'를 연계해 발주함으로써 자국의 SOC를 확대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본과 장기 위험 부담을 뒷받침해줄 국내 펀드 조성의 대규모화와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셋째, 원천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산 기자재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수주 제안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낮은 근본 이유는 기본공정설계와 같은 원천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 부문의 산학연 연구개발 협력 체제를 강화해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넷째, 한국 고유의'패키지형'사업 전략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개발 경험을 자산으로 개도국들의 경제 사회 개발 모델을 국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의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평상시 외교 노력의 강화도 요구된다. 아프리카와 같이 새롭게 개발붐이 일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전적 지원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한 것이다. 평소에 베푸는 나라로서 국격을 높이면 그만큼 해외 공사 수주도 쉬워지리라 본다.

유병규 <현대경제硏 경제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