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공격수 설기현(31.풀럼FC)과 미드필더 조원희(27.위건)가 보름여 사이에 연이어 한국 프로축구 K-리그로 돌아왔다.

설기현은 17일 포항 스틸러스와 1년 계약해 10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광운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0년 7월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국외 진출 계획에 따라 벨기에 1부 리그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하면서 유럽 무대를 처음 밟은 이후 같은 리그의 안더레흐트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울버햄튼, 프리미어리그 레딩, 풀럼을 거쳐 한국 프로축구에서 처음 뛰게 된 것이다.

조원희는 설기현보다 13일 앞선 지난 2일 친정팀 수원 삼성에 1년 임대 조건으로 일시 복귀했다.

설기현과 조원희가 모든 프로 선수들이 `꿈의 무대'로 동경하는 프리미어리그를 마다하고 K-리그로 돌아온 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에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럽 원정 때도 (설기현과 조원희에게) 말했지만 임대든 이적이든 경기장에 나가 경기 감각을 잃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둥지에서 꾸준한 경기 출장으로 경기력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설기현과 조원희를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 뽑지 않겠다는 게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었다.

월드컵 출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설기현과 조원희로서는 국내 복귀로 마음을 선회한 배경이다.

설기현의 에이전트사인 지쎈 측도 "설기현 선수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는 남아공 월드컵에 뛰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포항 입단 결심에 월드컵 변수가 적지 않게 작용했음을 전했다.

지난 2000년 1월23일 뉴질랜드와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설기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 16강전에서 후반 42분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 앞장섰다.

설기현은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도 2008년 2월2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 두 골을 사냥하는 등 A매치 통산 83경기에 출장해 19골을 수확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도 나갔던 설기현으로선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 모를 남아공 대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조원희의 국내 복귀 사정도 설기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위건에서 주전 경쟁을 뚫지 못하고 벤치를 달궜던 조원희로선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팀이 필요했고 차범근 수원 감독의 제의를 받자 친정팀 복귀를 선택했다.

조원희는 수원에 돌아오자마자 주장 완장을 찼고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2월 일본에서 열릴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 출전 명단 23명에 넣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허정무 감독은 "조원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풀타임을 뛸 만큼 구단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독일 월드컵에 참가했던 조원희는 남아공 월드컵에도 뛰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원희는 A매치 36경기에 출장했고 1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출전 꿈을 안고 국내로 돌아온 설기현과 조원희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4월 말 또는 5월 초 발표될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