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를 반으로 쪼개 지방으로 옮기는 대신에 세종시를 과학기업도시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세종시 수정안에 국민들도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원안대로 하라고 우기는 세종시 원안 사수 삭발운동도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의 인기도 시들하다.

1990년대 중반 40년 만에 뉴트 깅리치의 리더십으로 의회(하원)를 장악한 미국 공화당은 이미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수백개의 법안들을 무효화하거나 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화당 정부가 강력 반대해왔던 건강보험개혁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안들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바꾸는 게 맞다. 전 정권의 정책에 피곤을 느낀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을 선택한 데는 바로 이런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수정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봐야한다.

이제 세종시 문제는 새 방향으로 전환됐다. 행정부처 이전 문제뿐 아니라 세종시를 위한 '특혜'가 문제가 되고 있다. 땅을 싼값에 공급하며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100% 면제해주고 취득세와 등록세도 15년간 감면해주는 게 시비거리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아울러 보상을 적게 받는 세종시 주민들에게 아파트를 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 모든 혜택은 이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세종시가 과학비즈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센티브다.

처음엔 정부의 반을 옮기는 세종시에 강력히 반대하던 많은 지방자치 지도자들은 이젠 특혜시비를 제기하고 있다. 세종시에 땅값을 대폭 할인해주는 과다한 특혜가 기업을 빨아들이는 불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 의류단지와 국가산업단지 등을 통해 살길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데 날벼락을 맞은 꼴"이라고 하고 호남지역 단체장들도 기업유치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론분열 현상이 생길 수도 있고 한동안 잠잠했던 거리시위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공청회를 통해 민주 절차인 표결로 결정해야 할 선택의 대상임엔 틀림없지만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세력이 있는 만큼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한나라당이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를 할 수 있지만 당내 분열로 수정안의 국회 통과를 보장할 수 없다. 실패하면 정치적 후유증이 엄청 클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투표가 적절한 방법인 것 같다. 대한민국 헌법 72조에 보장돼 있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투표일은 6월2일 지방선거일로 정해야 한다. 그러면 추가 비용도 안든다. 아마도 6 · 2 선거 이슈가 온통 세종시가 될 것이다.

나는 정부가 국민투표를 이번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정쟁으로 해결을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수도의 반을 옮기는 이런 중요한 이슈는 충청인들에게만 물어볼 일이 아니다. 주인인 국민 전체에 물어야 한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소위 'Proposition 13'이란 법안이 국민투표에 의해 통과됐다. 부동산세를 거의 반으로 깎는 안이다. 주지사를 비롯해 정치지도자들이 캘리포니아주는 파산할 것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파산은커녕 오히려 재정 형편이 더 좋아졌다. 의회에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싸움에 이젠 국민들이 지쳤고 당파간 갈등으로 세종시 문제를 해결 못할 것이라는 게 국민들의 결론이다. 국민들이 직접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때가 온 것이다. 그때까지 모든 공사를 일시 중단시켜야 한다.

김창준 전 美연방하원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