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실제 국내총생산(GDP.실질기준)이 잠재 GDP보다 29조원 부족하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은 깊었던 침체의 골을 가늠하게 해 준다.

게다가 앞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환란) 때와 달리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돼 이 격차를 메우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 발굴, 생산성 제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DP갭 29조원.."회복하기 쉽지않다"


29조원까지 확대된 GDP갭(잠재GDP-실제GDP)을 메우려면 빠른 경기 회복력이 필요하다.

환란 이후인 1998년 우리나라는 -6.9%의 역성장을 하는 바람에 약 48조원의 GDP갭이 발생했지만 2년 만에 이를 회복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이후 경제회복은 환란 이후(1999~2000년)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상황이 판이하다.

환란 당시에는 세계 경제가 호황기여서 한국 경제도 `V'자형의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경제가 불안하다.

기획재정부의 이호승 종합정책과장은 "두바이 사태 같은 충격이 또 오면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국제유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 현상'도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악의 고용 사정 역시 GDP갭을 메우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다.

삼성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특히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올라 수출이 타격을 받고 경제활동이 약해지는 상황이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고용은 내수기업의 투자와 민간소비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잠재 성장력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GDP갭이란


경기의 과열 또는 침체 여부를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쓰이는 개념이 잠재 성장률이다.

잠재 성장률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생산요소를 가동해 인플레이션 없이 순수하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그래서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웃돌면 경기 과열을, 밑돌면 경기 침체를 걱정하게 된다.

잠재 성장률은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을 말한다.

이때 잠재 GDP와 실제 GDP의 차이를 GDP갭(GAP)이라고 하는데, 갭이 양(+)의 방향으로 클수록 생산능력을 다 써보지도 못한 채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잠재 성장률에는 자본 투입, 노동력 투입(고용), 기술력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잠재 성장률을 공식적인 통계로 집계ㆍ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아 잠재 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졌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미국은 잠재 성장률이 2~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 "생산성을 높여라"

전문가들은 탄탄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황인성 연구위원은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해서 산업구조를 바꾸는게 중요하다"며 "그럴 경우, 중화학 공업이나 정보통신(IT)산업으로 전환할 때처럼 집중적인 투자수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 자본, 기술력 등이 성장 잠재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고용과 자본의 절대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기술적 진보도 뒷받침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자본 투자를 확대해서 잠재 성장률을 개선하기 어려우니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욱 연구위원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교사나 의사로만 몰리고 있는데, 이렇게 인적자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어진다"며 자원 효율성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초기 진입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잠재 성장률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