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게 다양한 분만자세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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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분만에서는 진통중인 산모가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이를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 산모는 일자형 침대에 똑바로 누워 고통을 견뎌내고 힘주기를 강요당한다. 일자형 침대는 의료진이 수시로 내진을 하는 데는 편리하지만 산모 스스로가 고통을 완화하는 자세를 취하고 아이를 강하게 밀어내기 위해 힘을 주는 데는 매우 불편한 구조라 할 수 있다.
- 눕는 분만자세는 17세기부터 시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누워서 아이를 낳는 분만 자세가 고착화 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이유는 이 때부터 분만실에 의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사들로서는 산모가 똑바로 누워있는 자세야말로 각종 검사를 하기에 점잖은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산모들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자세다. 조산사들이 아기를 받았던 17세기 이전에는 똑바로 누워서 아기를 낳는 자세는 어느 사회에서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산모는 필요에 따라 출산 자세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 물론 아기 낳는 자세가 매우 의례화된 곳도 있었으나 똑바로 눕는 자세는 아니었다. 콜럼부스가 발견하기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이나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는 웅크린 자세로 아기를 낳았고,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는 출산용으로 만든 구멍 뚫린 의자에 앉아 출산을 했다. 에스키모 여자들은 다른 여자의 무릎 위에 앉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 출산했고, 집의 대들보나 기둥을 잡고 서서 아기를 낳는 곳도 있었다.
이렇듯 전통 사회에서는 진통을 완화하고 좀더 쉽게 힘을 주어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산모가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의사가 출산에 개입하면서 의사에게 편한 방식인 눕는 자세로 분만 자세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똑바로 눕는 자세는 진통시간(아기의 머리가 골반 안에서 회전하는 시간)을 가장 길게 만들며, 아기가 실제로 산도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좋은 분만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인권분만을 실천하는 병원에서는 산모를 배려한 출산환경을 만들면서 자유로운 분만 자세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 인권분만에서는 다양한 분만 자세 가능
우선, 임신부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진통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산책을 하거나 심호흡, 가벼운 체조를 하고, 소파에서 쉬거나 음악도 듣고 카드놀이도 하면서 탄생의 순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진통과 출산, 회복과정을 이동 없이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만실을 갖춰놓은 곳이 늘고 있다.
또, 진통과 분만시 눕거나 앉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 특수 원형 침대를 들여놓고 분만에 이용하고 있다. 그외에도 그네를 타는 것처럼 앉아서 몸을 흔들 수 있는 그네의자, 앉아서 힘을 주기 편한 의자를 갖춰 놓고 좌식분만을 실시한다. 좌식분만은 반듯이 누워 있을 때보다 골반이 20~30도 정도 더 넓어지고 아기 자체의 무게에 의한 중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 순산률을 높인다. 한편, 진통 완화를 위해 공을 등에 대고 굴리는 공분만, 따뜻한 물이 담긴 풀(pool)에서 진통을 겪어나 수중분만을 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자연분만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 진통시 아로마오일을 발라 마사지해주면서 통증을 완화해주어 순산을 높이는 아로만분만도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통과 출산을 묘사한 장면에 익숙해져 가장 비효율적인 분만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진통을 완화하고 순산을 돕는 다양한 분만자세가 가능할 때, 출산은 더 쉽고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원장)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