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伊 "즉각 도입" vs 의장국 스페인 "No"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여객기 탑승자에 대한 보안검색 강화 차원에서 이른바 '알몸투시기'로 불리는 전신스캐너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이 "인권침해 시비보다는 항공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전신스캐너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스페인은 EU 차원의 정책이 수립되기 전에는 전신스캐너를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
우선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행(行) 여객기 탑승자에 한해 전신스캐너를 의무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면서 스히폴국제공항에 현재 보유 중인 15대에 더해 60대의 전신스캐너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미국을 오가는 대서양 횡단 노선의 비중이 큰 영국도 폭발물 반입을 차단하려면 전신스캐너 운용이 효과적이라면서 이를 도입할 방침을 밝힌 바 있고 여기에 독일과 이탈리아도 공조하는 양상이다.

특히 EU 집행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테러범이 폭발물이 든 캡슐을 삼켜 여객기에 탑승해 '인간폭탄'을 자처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현재로서는 전신스캐너가 가장 신뢰할 장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6개월 임기의 EU 이사회 순번의장국을 맡은 스페인은 전신스캐너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 부작용 등의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를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전신스캐너 반대론자들은 신체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알몸 투시영상이 인권을 침해하는 한편, 스캐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또는 밀리미터파가 의학적으로 인체에 부작용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무장관인 호세 블랑코 스페인 교통장관은 5일 "EU 차원의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는 스페인은 전신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7개국이 공동체를 형성, 정책을 조율하는 EU의 특성상 민감한 사안에 이처럼 회원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전신스캐너 도입이 조속한 시일 내에 EU 차원의 정책으로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2008년 EU 집행위원회가 최신형 X-레이 검색기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안했다가 유럽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된 전력이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