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예배를 마치고 새해 인사를 주고 받던 중 한 교인이 "복만이 잘 키우고 계셨죠? 올해도 통통하게 잘 키워 봅시다. " "네? 아 네.그 복많이(복만이)…." 순간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해마다 복 많이 받으라는 축하인사를 수 년 동안 많이도 나누며 새해를 맞았는데,복이란 것을 새해마다 복리로 계산해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행복통장에 복들을 틈틈이 저금하고 살아온 삶인가. 지금 난 행복한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인가. 그런데 내 행복이란 것은 무엇이었지?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는데….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무표정한 중년여인이 보인다. 1년 전의 나를 일기장에서 만나 봤다. 늘 다니던 길로만 운전을 하고,늘 먹던 음식만 시켜 먹고,늘 같은 의자에서만 예배를 드리던 초등학교 교사였던 난 변화를 극히 두려워했다.

남편과 사별 후 그의 사업을 대신 해야만 하는 나 자신이 싫었고,경험하지 않았던 현실과 부딪치는 게 두려웠고,열등감에 사로잡혀 외출도 무서웠고,내가 가졌던 테두리의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이탈해야만 하는 현실이 극도로 공포스러워 죽음의 편안함을 갈망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다음에야 내 변화를 인정할 수 있었고 적응해 나가기 위해 고민을 하고 나누기도 했는데,그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제자리를 잡은 듯하다.

변화는 익숙함과 헤어지는 것이다. 열등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리라.한계상황을 하나씩 극복해 가는 것이리라.'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다"고 말한다. 내 제품들의 열등감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게 하고,내 자신의 부족함이 지독한 공부벌레로 만들고,치타와 독수리처럼 달리지도 날지도 못하는 인간의 열등감이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저서를 남긴 희망의 전달자 지그 지글러는 "오늘 변하지 않으면 당신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변화와 직면하면서 이루어진다. 의욕적인 새해의 출발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또 다른 해임을 뜻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져왔던 부정의 찌꺼기들을 과감히 눈 속에 묻어버리는 용기를 준다. 다시 시작하는 출발 버튼을 누르는 시간이다. 열등감이란 후원자를 옆에 두고 고민하는 나,그리고 그에서 변화를 즐기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나 자신을 사랑하련다.

새해 아침 내 행복통장에 열등감,고민,변화를 저금한다. 그리고 과거의 나와는 아름다운 선택의 이별을 해야겠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고만 했던 나는 이제 새 부대에 담길 만하게 나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꿈을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송은숙 한국인식기술 사장 ses@hi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