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평균수명 연장은 의료장비의 첨단화와 고난도의 수술법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평균수명 연장에 중요한 영양섭취와 운동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예컨대 운동할 때 발생하는 유해활성산소의 양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식물에 함유된 기능성 영양소(파이토케미컬)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한 연구성과는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의학 약학 생물공학 체육학 농학 분자 · 세포생물학 단백질공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이 같은 과제를 학문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모임을 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의 송용상 의대 산부인과 교수 겸 서울대암연구소장,서영준 약대 교수 겸 발암기전 및 분자암예방 국가지정 연구실 소장,한재용 농생명공학부 교수 겸 바이오모듈레이션 사업단장,전태원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 등 4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연말 제주에서 개최된 '영양과 운동이 노화와 비만,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NAPA 2009)'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연관 학문을 융합 · 통섭하기로 함으로써 이 분야를 심층 연구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심포지엄에는 외국석학 20여명 등 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송용상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사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질을 높여 임종 직전까지 건강하게 사는 게(Live better,die healthy) 현 인류의 목표가 됐다"며 "NAPA 2009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최초의 융합학회로 관련 연구를 통한 국민건강증진 및 의료비절감,식품 · 의약품 · 진단기기 등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나이가 들면 인체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비만이 되기 쉽고 이는 아디포카인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 증가로 이어져 인슐린저항성을 높이고 당뇨병을 유발하며 다시 세포의 성장과 암화(癌化)의 촉진으로 귀결되는 등 노화,비만,당뇨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런 연결고리를 끊는 효과적인 영양 및 운동 수단을 찾는 게 학회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AKT단백질은 근육세포의 증가와 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암을 유발하는 신호전달물질도 되고,세포분열시 세포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면하게 하는 텔로미어는 장수와 동안(童顔)을 유도하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암을 초래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영양과 운동이 노화와 암에 미치는 영향은 통합적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영준 교수는 "인삼은 젊은이에게 세포보호 및 염증억제 효과를 발휘해 당뇨병 예방에 이롭지만 나이들면 오히려 반대로 작용할 수 있고 개인차가 커서 특정조건에서는 당뇨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단 인삼만 따지더라도 연구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식물이 각종 미생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파이토케미컬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도록 교란시키는 신호전달체계를 바로 잡는다"며 "주로 붉은색,주황색,노란색,보라색,녹색 등 화려하고 짙은 색소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을 효과적으로 분획 또는 정제함으로써 노화 비만 당뇨 암을 해결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용 교수는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으로 진행 중인 바이오모듈레이션 연구의 최고책임자다. 바이오모듈레이션이란 세포나 생체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유용한 성분을 추출해 내는 작업을 말한다.

한 교수는 닭을 이용한 바이오모듈레이션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다. 닭은 매일 배란하고 체외수정하기 때문에 유전자조작을 하기 쉬운 동물이다. 예컨대 난소암은 지속적인 배란에 의해 유발된다는 게 새로운 이론인데 닭의 난소에 상처가 나서 염증물질이 분비되고 유해활성산소가 작용하는 과정에서 암화가 촉진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교수는 "사람이 닭과 같지는 않지만 사람에게서 닭의 지속적인 배란상태와 유사한 상황이 지속되면 2년 내 난소암이 유발될 확률이 20%가량이 되고 3년 후엔 30%,5년 뒤엔 50%에서 난소암이 발병할 수 있다"며 "닭에 어떤 파이토케미컬을 먹이면 난소암이 유발되거나 억제되는지 연구하는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모듈레이션을 이용하면 바나나와 닭 등에서 백신이나 항체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태원 교수는 "적당한 운동량은 기존 1주에 3~4일,한 번에 40분 이상에서 1주에 5일 이상,한 번에 30분 이상 가볍게 운동하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1주일에 3일 이상은 아주 힘든 운동이 필요하다는 게 최신 이론"이라며 운동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달리지 않으면 빨리 죽는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어서 유산소운동에 치중한 측면이 컸지만 최근 수년 새 근력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운동이 세포의 산화를 통해 노화를 촉진하는 측면과 인체에 적절한 스트레스와 자극을 줘서 세포를 젊게 하는 측면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운동이 노화와 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