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을 견인하면서도 환경 파괴나 프라이버시 침해를 가져오는 등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림자'를 제거하고 '빛'을 확산하려면 과학자는 물론 정치인 기업인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최근 방한한 오미 고지 전 일본 과학기술정책장관은 과학기술분야의 세계적 포럼인 STS(Science & Technology in Society)포럼' 창설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2009년 포럼'에서는 아오키 사토시 혼다자동차 회장과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재계에서 100명,노벨상 수상자 11명,각국 장관 20명,주요 대학 총장 등 87개국 80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일본 중의원 8선 의원으로 재무상(장관)을 역임한 오미 전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글로벌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한경 인재포럼과 STS포럼이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상호협력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과학분야 인재 육성과 관련,"젊은층을 경쟁시켜 우수한 인재를 선별 육성하는 것이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데 대해선 "성과를 빨리 내려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초연구를 중시하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차근차근 한 발씩 내딛는 게 일본뿐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걸음마를 시작한 우주개발에 대해 오미 전 장관은 우주 개발은 실제적인 경제 발전에 플러스가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40년 전 우주개발 시작 당시에는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돈다거나 달 같은 행성에 가는 것이 인류의 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통신 기상관측 등 인류 생활경제에 도움을 가져올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가능하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 전 장관은 "일본의 과학기술은 2차대전 이후 호황을 견인했다"며 "하지만 이공계 출신 장관이 4명이나 되는 하토야마 정권에서 과학기술 예산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과학예산을 감축하면 향후 10년이나 20년 동안 일본이 쇠퇴하는데 큰 원인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거론되는 '이공계 홀대론'에도 일침을 놨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