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의 이행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 성장률보다는 금융 안정성을 더욱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어제 발표한 '출구전략의 시기 및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출구전략의 이행 시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사실상 '경제 성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로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 경제는 지난 3분기부터 출구전략의 요건을 충족(充足)시킨 것이 된다.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0.9%)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정부 안팎의 논의가 지난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해졌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성장률 회복 이외에 금융 안정성과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 세계 경제여건 개선 등이 충족되기 전에는 섣불리 출구전략을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내년중 4%대의 성장을 보일 경우 이들 여건이 충족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에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환율효과 덕을 본 부분이 큰 만큼 금융연구원의 이 같은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금융시장 또한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은행 건전성 부분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19조2000억원)과 부실채권 비율(1.48%)은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한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대출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직 금융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민간 부문 자생력과 세계 경제 여건 역시 개선되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내년 성장률 5%라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작해 성장률만을 기준으로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는 달리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조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중소기업 지원책 역시 당분간은 유지할 필요성이 큰 까닭이다.

특히 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도 같은 존재인 만큼 금리인상 시기 선택은 무엇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 장기적으로 기업과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