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신기능이 있는 안경을 끼고 서울시청앞 거리를 둘러보니 관련 정보가 뜨기 시작한다. 한 음식점에 시선을 고정하자 안경 한쪽에 메뉴와 가격이 나타나고,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니 버스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어떤 건물에 현금입출금기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덕수궁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개장시간,입장료 등과 함께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개요도 알려준다. 지나가는 사람이 입은 옷의 가격과 판매처 등도 뜬다. 이른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적용되는 세상을 가정해 본 것이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부가 정보를 더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혼합현실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영상과 함께 명칭 용도 특징 등을 동시에 제공한다. SF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자동차를 쳐다보면 그 차에 대한 정보가 뜨고 '터미네이터'가 어떤 사람에게 시선을 줄 경우 이름 나이 범죄기록 등이 디지털 문자로 줄줄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물론 전제가 있다. 이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정보 수신장치가 달린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휴대전화,카메라 등을 활용해야 한다. 사용자의 위치를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등으로 파악해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키보드로 검색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초보 단계의 증강현실은 실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현실 이미지 위에 관련 부동산 정보가 뜨는 서비스가 최근 시작됐다. 애플의 아이폰으로도 일부 음식점이나 백화점 등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마케팅 회사인 '주가라'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만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중이다.

전문가들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말이나 2011년 상반기쯤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기술개발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으나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아 서비스 업체들이 고민 중이라고 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ABI리서치는 지난해 600만달러였던 증강현실 관련 산업이 2014년에는 3억5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계와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정보를 찾아주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이 효율적일 것은 틀림없다. 다만 살기가 얼마나 좋아지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