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스피드(구속)가 가장 빠른 구기 종목은 배드민턴.후아이펑(중국)의 스매싱 속도는 시속 332㎞,리총웨이(말레이시아)는 331㎞로 KTX(시속 300㎞)보다 빠르다. '한국 배드민턴의 영웅' 박주봉도 시속 320㎞가 넘는 강력한 스매싱으로 수차례 세계를 제패했다. 미국 골프선수 버바 왓슨의 310㎞,남자 테니스선수 앤디 로딕(미국)의 250㎞보다 월등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빠른 구속의 셔틀콕을 받아내는 비결은 뭘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꽃미남' 이용대(21 · 삼성전기 · 사진)를 떠올리면서 궁금증을 풀어보자.

배드민턴 코트(복식 기준)는 가로 13.4m,세로 6.1m.시속 300㎞가 넘는 셔틀콕은 0.15초도 되지 않아 상대 코트에 떨어진다. 선수 간 평균 거리는 8m에 불과해 0.1초 안에 셔틀콕을 받아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반응시간(타구소리에 몸을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1초가 한계다. 세계적인 남자 육상선수의 출발 반응시간도 최고 0.13초에 불과하다. 반사신경만으로는 상대 타구를 받아낼 수 없다는 얘기다.

셔틀콕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예측력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필요한 것만 집중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구해모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셔틀콕만 보고 반응하면 늦게 마련이다"며 "상대 선수의 어깨,손가락 위치 등 몸통을 보고 셔틀콕을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선수들은 자신의 동작을 상대 선수가 셔틀콕을 때리기 전에 결정한다. 상대방의 라켓 각도,움직임 등을 파악해 가장 가능성 높은 공격(스매시,드롭 등)을 파악하고 다음에 올 수 있는 공격도 대비한다.

체육과학연구원의 논문 '배드민턴 단식선수의 상대 타구에 대한 예측능력 향상 전략'(2005년)에 따르면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65%가 상대방이 셔틀콕을 치기 전에 상대 몸통 전체의 움직임을 주로 봤고,대학선수의 60% 정도는 상대 라켓 주위에 시선이 머물렀다. 즉 대표선수가 대학선수보다 수비력이 좋은 비결은 시선이 상대방의 라켓이나 셔틀콕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보고 미리 상대의 공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거리의 직선 드롭에 대해 대표 선수들의 시선 이동시간이 평균 0.128초였지만,대학생 선수들은 평균 0.139초였다. 세계 정상권 선수들은 0.122초 남짓이다.

이런 시각 정보처리 능력은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김학균 국가대표 배드민턴 코치는 "시선 처리를 적절히 하도록 실전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단식의 박성환(25 · 상무)이 3년 전에는 세계랭킹 17위에 그쳤지만 현재 7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시선 훈련을 통해 상대 타구에 대한 예측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민첩성 향상 프로그램은 안구 움직임 추적장치(EMR)와 일반 비디오카메라 3개 등을 이용해 박성환의 시선행동 패턴을 수치화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