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것이다. 예산은 일단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 "

3선의 강봉균 민주당 의원(전북 군산 · 사진)은 21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더 깎든 보태든 어쨌거나 (예결위에) 들어가서 풀어야 한다"며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의 '예결위장 점거'라는 선택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계수소위에 들어가게 되면 논리적으로 무엇을 얼마 깎자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그것보단 일단 몸으로 막는 게 쉬우니까 저렇게 하는 것"이라며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전략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건데 지금 와서 (예결위 계수소위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건 이미 늦었다"며 "민주당이 자꾸 밖으로만 돌고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하니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주선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청와대에) 3자 회동하자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매우 추하다"며 지도부를 연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게 잡음이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의 예산 정국 대처뿐 아니라 지지층 공략,당의 장기 전략 등 모든 면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20% 중 · 후반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꾸 전통적 지지자들만 잡으려고 센 목소리를 내면서 '강성'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뭘 해도 지지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살려면 여당과 야당이 겹치는 중도보수를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나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면 내가 늘 이런 얘기를 하는데 당내에서 나 같은 얘기가 더 이상 안 먹히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변재일 수석부대표나 우제창 원내대변인,박선숙 이성남 의원 등과 친해서 만나면 이런 얘길 나누곤 한다"며 민주당 내 이른바 합리적 온건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