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안거친 새해 정책 '봇물'…정부부처 곳곳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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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가 내년 업무보고를 통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히 정책의 홍수라 할 만하다. 대부분 내년에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것들이지만 내용을 들춰보면 '재탕','삼탕'이거나 구호에 그치는 정책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부처 간 조율도 안된 채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식의 정책들이 남발돼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를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율 안된 정책 남발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내놓은 '대체휴일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재정부는 당시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건전한 여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공휴일 제도를 개편하겠다"며 "공휴일이 토 ·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 날에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정책은 경기회복이 당면과제인 재정부와 대체휴일제가 도입될 경우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가 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5일제 도입으로 휴가 일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체휴일제까지 도입되면 산업생산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발에 부딪치자 재정부는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지난달 말 저출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내놓은 이 방안은 애초부터 소관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는 협의 절차도 없이 발표한 것이다. 발표되고 나서야 교과부는 부랴부랴 이를 연구 검토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교과부 관계자는 "취학 연령 조정은 단순히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초등교원 수급 및 양성 체제의 전면 개편 등을 수반하는 문제여서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정책도 쏟아져
현 정부의 친서민 코드에 맞춘 정책들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문제는 부처 간 조율이 안돼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한건주의'나 일종의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녀교육비 저축 목적용 펀드 활성화'가 그런 사례다. 자녀교육비 마련을 위해 펀드를 가입하면 한도에 따라 소득세와 증여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으로 취지는 좋다. 심지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세제 주무부처인 재정부와는 협의도 안된 채 발표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겠다는 '맥주 시설 규제 완화'도 비슷한 케이스다. 공정위는 국내 맥주업 진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자 시설 규제(1850㎘ 이상의 발효시설 갖춰야 맥주업 진출 가능) 요건을 낮춰 신규 진입의 숨통을 터주겠다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주류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반응이다.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를 1년 이상 고용한 기업에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재정부의 업무보고)도 마찬가지다. 지원 대상이 임금인지,사회보험료인지,또 지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도 관련 부처 간 조율이 안된 채 발표됐다. 지경부가 산학협력을 위해 '거점 산업단지 내 대학 캠퍼스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교과부와는 얘기가 안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교과부와 협의할 일이지만 일자리 확대가 취지인 만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교과부 측은 "대학 캠퍼스 이전이 쉬운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정종태/류시훈/김현석 기자 jtchung@hankyung.com
◆조율 안된 정책 남발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내놓은 '대체휴일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재정부는 당시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건전한 여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공휴일 제도를 개편하겠다"며 "공휴일이 토 ·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 날에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정책은 경기회복이 당면과제인 재정부와 대체휴일제가 도입될 경우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가 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5일제 도입으로 휴가 일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체휴일제까지 도입되면 산업생산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발에 부딪치자 재정부는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지난달 말 저출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내놓은 이 방안은 애초부터 소관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는 협의 절차도 없이 발표한 것이다. 발표되고 나서야 교과부는 부랴부랴 이를 연구 검토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교과부 관계자는 "취학 연령 조정은 단순히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초등교원 수급 및 양성 체제의 전면 개편 등을 수반하는 문제여서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정책도 쏟아져
현 정부의 친서민 코드에 맞춘 정책들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문제는 부처 간 조율이 안돼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한건주의'나 일종의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녀교육비 저축 목적용 펀드 활성화'가 그런 사례다. 자녀교육비 마련을 위해 펀드를 가입하면 한도에 따라 소득세와 증여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으로 취지는 좋다. 심지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세제 주무부처인 재정부와는 협의도 안된 채 발표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겠다는 '맥주 시설 규제 완화'도 비슷한 케이스다. 공정위는 국내 맥주업 진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자 시설 규제(1850㎘ 이상의 발효시설 갖춰야 맥주업 진출 가능) 요건을 낮춰 신규 진입의 숨통을 터주겠다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주류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반응이다.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를 1년 이상 고용한 기업에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재정부의 업무보고)도 마찬가지다. 지원 대상이 임금인지,사회보험료인지,또 지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도 관련 부처 간 조율이 안된 채 발표됐다. 지경부가 산학협력을 위해 '거점 산업단지 내 대학 캠퍼스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교과부와는 얘기가 안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교과부와 협의할 일이지만 일자리 확대가 취지인 만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교과부 측은 "대학 캠퍼스 이전이 쉬운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정종태/류시훈/김현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