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과세논란이 뜨겁다. 지난 8월 발의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에서 심의중인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안은 일정대로라면 본회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문제는 발의되자마자 업계,학계뿐 아니라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한목소리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이유는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문제가 투자자들에게는 물론 파생상품시장 전체,더 나아가 관련 산업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과세 논의의 발단이 명분은 과열억제,조세형평성 제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적으론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세금원천 발굴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조세정책을 추진하려는 데서 비롯되다 보니 반대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다.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는 직접적인 파생상품시장에서의 거래뿐만 아니라 헤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높인다. 거래비용 증대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기초자산의 위험관리를 곤란하게 해 외국인투자자의 한국시장 이탈을 초래한다. 헤지거래 및 차익거래가 원활하지 않으면 주식시장 등 현물시장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그에 따른 주식거래 규모 위축,주식시장 헤지 수요 감소,장내파생시장 축소 가속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정책의도와 달리 금융산업의 위축과 거래세수의 감소를 가져와,한국 금융산업 부문의 장기적 경쟁력과 가치창출 여력의 저하가 우려된다.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과세정책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원칙에도 맞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 주식투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파생상품거래는 거래 직후부터 가격 상승(하락)시 매수자가 이익(손해)을 보면 그 상대자인 매도자는 항상 손해(이익)를 보는 제로 섬(Zero Sum)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파생상품 투자자의 반은 담세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거래는 증거금 거래로서 명목거래대금에 대한 과세논리도 맞지 않다.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1억원어치 거래한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는 증거금 1500만원을 예치할 뿐 거래대금 1억원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명목 거래대금인 1억원에 거래세 0.01%를 부과한다면 1만원의 추가비용만 발생하게 된다. 실제 오가지 않은 명목 거래대금에 대한 비용으로 투자자가 수수료(대형증권사의 온라인거래 수수료율 0.003%)의 3.3배를 더 물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찍이 세계 여러 나라들도 오랜 기간에 걸쳐 논의를 했던 문제다. 주요 선진국이 내린 결론은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가 현물 및 파생상품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는 있으나 파생상품에만 도입한 경우는 없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 파생상품거래세 부과가 논의된 바 있으나 도입되지 않았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0.5%의 세율 부과시 거래비용이 2200% 증가해 거래량에 치명적인 악영향은 물론 세수도 미미하다는 결론이었다. 현재 유일하게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만의 경우,지속적인 거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잃었던 유동성을 되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코스피200선물 글로벌시장'을 개장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을 위해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이러한 시점에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한국정부의 조세정책이나 금융시장 정책에 대한 국제적 불신을 야기하고,G20(주요 20개국) 국가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장범식 < 숭실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