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본능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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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은 안다. 사람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생각대로 행동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는 걸.팔면 오르고 사면 내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기껏 기다리다 오를라치면 팔아치우고,거꾸로 떨어질 땐 잔뜩 망설이다 오른 뒤에 산다.
결국 소액으로 큰 욕심 없이 시작했을 땐 얼마라도 벌지만 재투자를 거듭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두어 번 같은 일을 겪으면 다음엔 안그럴 법도 한데 어김없이 반복한다. 그러다 손실이 생기면 사태는 걷잡기 힘들어진다. 한꺼번에 만회하려 정신없이 덤비는 까닭이다.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지 보여주는 예는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똑똑하고 잘생기고 말도 잘하는 고어 대신 모자란 듯하고 생김새도 보통이고 말도 어눌한 부시가 당선된 건 대표적 예로 꼽히거니와 유사한 일은 도처에서 벌어진다.
각종 선거에선 툭하면 지식과 경험 모두 풍부해 분명 일을 똑부러지게 잘할 사람 대신 스펙과 경험 모두 빠지는데다 큰소리만 치는 엉터리같은 인물이 뽑힌다. 뿐이랴.오랜 조직생활에 근거한 실질적인 자기계발서보다 조직생활 무경험자의 희망사항만 나열한 책이 더 잘 팔린다.
미국의 사회인류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비키 쿤켈은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 "그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쿤켈은 저서 '본능의 경제학'에서 외모가 경쟁력이란 속설을 뒤집는다. 뛰어난 외모는 원초적 반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성공도 뚱뚱하고 못생긴 덕이라며 키가 작다거나 못생겼다고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못생김이 갖는 호소력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삭발도 중성적 외모의 데미 무어가 하면 힘의 상징이 되지만 여성적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하면 감정적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의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한다. 사람에 따라 같은 행동도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오는 만큼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다.
쿤켈의 분석과 조언은 사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다. 완벽하기 보다 어딘가 비어있는 듯 보이라거나 때로는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공정하기 보다 편향적일 때 내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등은 다 알려진 내용이다. 문제는 선택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결국 소액으로 큰 욕심 없이 시작했을 땐 얼마라도 벌지만 재투자를 거듭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두어 번 같은 일을 겪으면 다음엔 안그럴 법도 한데 어김없이 반복한다. 그러다 손실이 생기면 사태는 걷잡기 힘들어진다. 한꺼번에 만회하려 정신없이 덤비는 까닭이다.
사람의 판단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지 보여주는 예는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똑똑하고 잘생기고 말도 잘하는 고어 대신 모자란 듯하고 생김새도 보통이고 말도 어눌한 부시가 당선된 건 대표적 예로 꼽히거니와 유사한 일은 도처에서 벌어진다.
각종 선거에선 툭하면 지식과 경험 모두 풍부해 분명 일을 똑부러지게 잘할 사람 대신 스펙과 경험 모두 빠지는데다 큰소리만 치는 엉터리같은 인물이 뽑힌다. 뿐이랴.오랜 조직생활에 근거한 실질적인 자기계발서보다 조직생활 무경험자의 희망사항만 나열한 책이 더 잘 팔린다.
미국의 사회인류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비키 쿤켈은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 "그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쿤켈은 저서 '본능의 경제학'에서 외모가 경쟁력이란 속설을 뒤집는다. 뛰어난 외모는 원초적 반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성공도 뚱뚱하고 못생긴 덕이라며 키가 작다거나 못생겼다고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못생김이 갖는 호소력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삭발도 중성적 외모의 데미 무어가 하면 힘의 상징이 되지만 여성적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하면 감정적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의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한다. 사람에 따라 같은 행동도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오는 만큼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다.
쿤켈의 분석과 조언은 사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다. 완벽하기 보다 어딘가 비어있는 듯 보이라거나 때로는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공정하기 보다 편향적일 때 내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등은 다 알려진 내용이다. 문제는 선택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