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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창근 칼럼]정치와 경제, '경제적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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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이보다 더 간명한 정의는 없다. 서양의 전통적 해석 또한 마찬가지다. 'economy'는 그리스어의 '가정'을 뜻하는 oikos와 '경영'을 의미하는 nomos가 합성된 'oikonomia'가 그 어원이다. 경제행위의 주체가 국가냐 가족 단위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돈을 벌고,희소성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등은 방법론이다.

    그러면 정치는 무엇일까. 공자(孔子)는 '만인이 평등하고 재화가 공평하게 분배되는 대동(大同)사회'를 말했고,현대에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로는 데이비드 이스턴의 '가치의 권위적 배분',또는 해롤드 라스웰이 말한 '누가 무엇을,언제,어떻게 갖느냐 (who gets what,when and how)'를 들 수 있다.

    결국 정치든 경제든 배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와 경제는 다르지 않고,정치와 경제는 서로의 영역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는 정치의 전제이고,경제가 추구하는 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정치라는 얘기다. 흔히 정치가 경제의 상위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권력을 기본 속성으로 하는 정치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정치와 경제는 서로 상극(相剋)이다. 정치논리는 경제논리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고 정치인과 경제인은 별종(別種)의 부류들이다. 정치는 오로지 유권자들의 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말로는 국민과 공평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지지집단 등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사람들이고,자원배분의 우선 순위는 표가 있는 곳이다. 정책 결정 또한 교섭과 타협은 무시되기 일쑤고,억지와 떼쓰기로 일관하다 안 되면 나중에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이뤄진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의 요구만 대변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자원이 제한된 만큼 그 투입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정책수립의 기준은 사회적 필요성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최대 효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의 문제다.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만 경제가 추구하는 것은 실용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부 계층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면 그것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있다.

    지금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세종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사안은 수도의 분할,국가운영 기능 분산이 나라의 장래를 그르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발단이었고,수정 논의의 핵심 또한 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의 경제적 관점이다. 그런데 본질은 사라지고 복잡한 정치게임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충청권의 지역정서에 기대 갈등을 부추기고 다음 선거 때 한몫보자는 야당은 그렇다 쳐도,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친박계'의 반대,충남도지사의 사퇴 등은 정치와 경제가 가는 길이 얼마나 다르고,그래서 정치가 어떻게 경제의 발목을 잡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세종시만 그런 게 아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어떤 경제정책이든 국회라는 정치마당으로 옮겨지는 즉시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가 전혀 생산성도 없는 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경세제민'은 이제 그 본래의 뜻마저 죽어버린 사어(死語)로 전락해 버렸다.

    정치는 공평한 분배를,경제는 최대의 효용을 추구한다. 무엇이 먼저라고 할 수 없는,다른 것 같아도 동일한 지향점을 향해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다. 그 공통된 가치가 '국민이 두루 편안한 세상을 만드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정치에 지배되고 종속된 경제가 아닌,'경제적 정치'의 논리와 접근방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치권이든,충청도민이든,일반 국민이든 세종시 문제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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