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영화와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두 발로 뛰는 로봇이 국내 기술로 개발돼 첫선을 보였다.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로봇대상 및 로봇산업인의 밤' 행사에서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센터장 오준호)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2'의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이 시연됐다. 이 행사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주관한다.

로봇을 뛸 수 있게 하는 것은 '인간형 로봇기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는 인간형 로봇 개발은 세계적으로 2004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와 지난 8월 공개된 도요타의 '파트너'에 이어 세 번째다. 2002년 1월 국내에서 인간형 로봇 개발이 시작된 이후 약 8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거둔 성과라는 것이 관련 학계와 산업계의 평가다. 센터 관계자는 "일본은 1971년 인간형 로봇을 개발한 뒤 로봇을 달리게 하는데까지 약 30년이 걸렸다"며 "한국이 로봇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휴보2는 보통 성인이 여유있게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사람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키 120㎝,몸무게 37㎏(배터리 제외)으로 최대 시속 3.6㎞,최대 보폭 30㎝로 1초에 3보 이상을 뛸 수 있다. 로봇이 두 발로 뛰는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로봇 선진국인 미국,유럽에서도 성공 사례가 없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로봇이 달린다는 것은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달리는 로봇을 만드는 데 실패한 이유는 로봇이 공중에 떴다가 착지할 때 무게 중심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아랫배에 균형센서를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며 "한발짝 뛸 때마다 20~30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동안 공중에 떠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속도 부문은 개선할 점이 남아 있다. 휴보2의 걷는 속도는 시속 1.8㎞로 휴보1의 시속 1.2㎞보다 빨라졌지만 달리는 속도에서는 일본 아시모의 최대 속력인 시속 약 6~7㎞에 비해 다소 느리다는 것.오준호 센터장은 "달릴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며 "앞으로 휴보2가 더 빠르게 달리고 방향 전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