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어느 날 이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전국의 김 과장 · 이 대리 중 한 명'.내용은 이랬다. "어느 날 팀장이 묻더군요. 앞으로 돌아가실 친척이 몇 분이나 남았냐고.의아해 하자 팀장은 껄껄 웃으며 회식에 자주 빠지니까 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했더니 김 과장&이 대리에 실린 '핑계의 기술'을 보고 하는 얘기였습니다. 툭하면 상갓집에 가야 한다며 회식에 빠지는 제 얘기를 쓴 거라네요. "

'김 과장 &이 대리'가 첫선을 보인 것은 작년 12월2일.그후 꼭 1년 동안 매주 화요일자에 연재되며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직장 내 상하관계와 직장문화는 물론 업무적으로 프로가 되기 위한 비결 등을 담으며 직장인들과 함께했다. 그동안 전국의 김 과장 · 이 대리는 격려와 질책의 글,아이디어를 보내며 김 과장&이 대리 면을 성원했다. 지난 1년 동안 김 과장&이 대리 면에 실려 많은 공감을 자아낸 글을 요약한다.

◆일보다 관계가 더 어려워!

직장생활은 부대낌이다. 직장 문에 들어서는 순간 관계의 사슬에 둘러싸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로 분노하고 싸우며 화해하는 일이 다반사다.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는 직장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숱한 김 과장 · 이 대리들이 "일보다 관계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정서를 반영해 '좋은 상사 나쁜 상사' '좋은 부하 나쁜 부하' '아부의 기술' '리더십과 팔로어십 사이' '내가 부하라면…상사라면…' 등의 '관계학'시리즈는 매번 높은 클릭수를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좋은 상사 나쁜 상사'를 주제로 마련한 말단 직장인들의 취중방담에서는 김 과장 · 이 대리들이 꿈꾸는 상사의 조건을 날생선처럼 가감 없이 보여줬다.

말단 직장인들은 이를 통해 "평소 말도 안 되는 상사의 지시에 주눅들어 있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카타르시스를 맛봤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사들도 할 말이 많았다. '좋은 부하 나쁜 부하'라는 주제의 방담에 출연한 부장급 이상 직장인들은 인사이동 때마다 떠버리,투덜이,뺀질이들을 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칼퇴근하는 후배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상사들도 많았다. 상사와 부하들은 나름대로 접점을 찾았다. 실력과 겸손의 덕을 갖추되,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사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하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후배에게 갈 메신저가 부장에게?

업무 능력만으로 김 과장 · 이 대리를 평가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승진은 고사하고 왕따당하기 쉬운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직장인들은 싫어도 싫은 내색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사표의 기술' '핑계의 기술' '회의 스트레스' '회식 울렁증' '직장인의 말실수' 등을 보면서 많은 김 과장 · 이 대리들이 "맞다"고 무릎을 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론 없이 시간만 질질 끄는 회의'나 '독재형 회식'이 "나를 지칭하는 거냐?"며 따지는 상사들도 제법 있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핑계의 기술'편 '회식에 빠지기 위해 일가친척을 다 돌아가시게 했다'는 부분에서 "완전 공감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특히 '직장인의 말실수' 편에 소개된 '메신저 해프닝'은 모두 '자기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후배에게 "부장 때문에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고 전하려 한 메신저를 부장에게 잘못 보내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는 직장인이 상당했다. 어찌된 게 일이 자꾸만 꼬이는 '머피의 법칙'과 직장인 문화를 파고든 '비자금' '취미' '휴가법'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승진의 기술, 프로의 기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정년 연장에서부터 임원 승진에 이르기까지 꿈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다. 직장인들은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김 과장&이 대리는 '보고서 작성'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 비법' '만년과장 탈출법' '이직 성공법' 등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묵묵히 일만 하는 당신,승진하려면 '쇼'를 하라' 기사에서는 해마다 승진에서 물먹는 만년과장들의 스타일을 △윗사람에게 광을 못 파는 '백색무광형' △근면만을 내세우는 '무능성실형' △부하를 소 다루듯하는 '안하무인형' △떠넘기기 급급한 '면피좁쌀형' 등으로 분류,화제가 됐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과장은 "사무실에서 동료 과장들이랑 기사를 보면서 혹시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따져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프레젠테이션 비법을 다룬 'PT도 '개콘'처럼…관객을 초장에 휘어잡아라'와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경험담을 담은 '맘에 안 드는 직장,잘리기 전에 스스로 잘라라'도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 작성에 치여 사는 김 과장 · 이 대리들의 애환을 다룬 '부장 말 듣고 밤새워 쓴 보고서,이사는 이게 아닌데…'에 대해서는 "나만 저런 경험을 한 게 아니구나"며 공감을 나타내는 독자들이 많았다.

◆사내연애 성희롱 골드미스…

사내연애,골드싱글,직장 내 성희롱 등 젊은 직장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주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세대 직장인들의 '쿨(cool)'한 사내연애 트렌드와 결혼은 뒷전인 채 자기 삶과 일을 즐기는 이른바 '골드싱글'들의 생활상을 담은 글들은 순식간에 100만건이 넘는 클릭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부분 쉬쉬하고 감추지만 이미 직장생활 깊은 곳까지 교묘하게 파고든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다룬 글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주제로 한 '1차 땐 러브샷,2차 가선 블루스 추근…저걸 그냥!'기사는 특히 여직원들로부터 공감을 받아 "이런 사례도 있다"는 제보도 상당했다.

'달콤살벌한 사내연애…완전범죄를 노려라'는 결혼 적령기의 싱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사내커플 얘기를 풀어냈다. 사내연애의 제1법칙은 '비밀 유지'라는 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감했다.

'골드싱글이 사는 법,반쪽 찾고는 싶은데…일 · 취미와 동거 중이라 왠지….'는 결혼 문제에 초연한 골드싱글들의 모습을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능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골드싱글과 좀 거리가 있는 '도금싱글' '실버싱글' '아이언싱글' 등의 자조 섞인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과장&이대리 취재팀=하영춘 산업부 차장(팀장),이관우 과학벤처중기부 기자,이정호 산업부 기자,김동윤/정인설 증권부 기자,이상은 사회부 기자,이고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