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급감..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곳곳서 전략적 제휴, 소형.친환경차 확산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휘말린 지 1년이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차 수요가 급감했고 내로라하던 자동차 메이커들은 경영 악화로 몰락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올 한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감산이 줄을 이었다.

생존을 위한 변화의 몸부림은 업계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글로벌 인수.합병(M&A)이 횡행했고 초소형.초저가차 신흥시장이 급팽창했으며, 친환경차는 대세가 됐다.

경제위기를 맞은 지 1년이 된 자동차 업계를 진단해본다.

◇ 수렁에 빠진 차 업계, 이제는 회복 단계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1년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4천922만대로 전년 동기(2007년 10월∼2008년 9월) 대비 17.0% 감소했다.

특히 메이저 11개 업체의 전체 판매대수는 3천545만대로 19.8%나 줄었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미국 빅3에서 나타났다.

파산으로 자존심을 구긴 GM과 크라이슬러는 각각 28.5%, 40.0% 판매가 급감했고 포드는 반사이익에도 불구하고 18.1% 하락했다.

일본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었다.

승승장구하던 도요타(-24.4%), 혼다(-20.2%), 닛산(-20.8%), 스즈키(-17.2%) 등 일본업체들의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한 유럽업체들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르노는 16.7%, 푸조.시트로엥 12.4%, 피아트는 11.2%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폴크스바겐은 5.2% 하락으로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판매가 줄자 공장 가동률이 급락했고 고정비 부담과 재고비용이 증가하면서 주요업체들은 올 상반기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9개 업체의 달러 기준 매출 총액은 3천8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했으며,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8%에서 -4.8%로 무려 8.6%포인트 추락했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판매 비중이 큰 북미 수요가 급감하고 엔화 강세로 수출 수익성이 저하되는 이중 타격을 받아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됐으며, 르노와 푸조.시트로엥은 판매 비중이 70% 이상인 유럽 수요 급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위기감이 고조되자 각국 정부가 앞다퉈 신차구입 지원정책을 내놨고 세계 경제의 점진적인 회복세를 따라 자동차 판매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정책지원이 본격화된 3월 이후 감소폭이 줄었고, 8월 이후에는 회복세로 전환됐다.

◇ 대규모 구조조정..'몸집이 줄었다' = 미 빅3의 구조조정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GM은 북미공장 17개를 폐쇄했고 생산직 2만3천명을 감원했다.

딜러망 2천641개를 없앴고 브랜드도 8개에서 4개로 정리했다.

현금 유동성이 급한 GM은 임직원 임금과 복지혜택 축소, 자산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포드는 올 상반기 생산량을 42% 감축하고 1만4천명의 인력을 줄였다.

크라이슬러도 북미공장 7개 폐쇄, 생산직 7천명 감원, 딜러망 789개 축소, 비수익 자산매각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미 빅3는 아직 잔여부채가 많고 이미지 실추의 타격이 생각보다 큰데다 이를 만회할 자동차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과 유럽업체들도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은 20∼60%의 생산 감축과 비정규직 중심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잘나가던 도요타는 올해 일본 내 생산을 30%나 줄였으며 비정규직 6천명, 해외공장 정규직 1천명을 감원했다.

폴크스바겐은 스페인, 슬로바키아 공장 조업 중단과 함께 올해 비정규직 8천명 감원을 진행 중이다.

푸조.시트로엥은 20∼30% 감산과 1만명 감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 전략적 제휴로 살길 찾는다 = 경제위기는 자동차 업계에 급속한 M&A와 전략적 제휴를 촉발했다.

시발점은 역시 미 빅3다.

지난 7월 파산보호에서 조기 졸업한 GM은 12개 브랜드 중 사브, 허머, 오펠.복스홀 등에 대한 매각 을, 포드는 적자 브랜드인 볼보 매각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중 사브는 스웨덴 코닉세그와의 협상이 무산되는 등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으나 허머는 중국의 쓰촨텅중, 오펠.복스홀은 캐나다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컨소시엄과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다.

볼보는 중국 지리차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공격적인 M&A에 나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에 고연비 경.소형차 엔진과 플랫폼 등을 이전하는 대가로 지분 20%를 인수했다.

폴크스바겐은 그간 경영권 다툼을 벌여오던 포르쉐를 전격 인수했다.

이로써 10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폴크스바겐은 연산 규모에서 도요타를 추월,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메이저 업체들 간의 전략적 제휴도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 라이벌 관계인 BMW와 다임러는 비핵심 부품 공용화, 플랫폼 공유, 상호 지분 스와프 등의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다임러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도요타와, 스마트 4인승 신형 모델 개발에 르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쓰비시와 푸조.시트로엥은 하이브리드 엔진, 전기차 기술 분야서 협력하기로 했고, 피아트는 중국 생산 확대를 위해 광저우차와 합작 계약을 맺었다.

◇ 소형차.친환경차가 대세다 = 경제위기와 고유가 상황은 신흥시장의 초소형.초저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GM은 중국, 인도, 동남아 등지에 4천달러 이하의 초저가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며, 포드는 인도 내수용 1만달러 이하 저가차 생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요타는 인도, 브라질, 중국 등지에서 8천달러대 저가차를 연간 50만대 규모로 생산하기로 했고, 혼다도 '피트'를 기반한 8천달러대 저가차를 태국에서 생산해 인도,중국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닛산, 폴크스바겐, 르노 등도 인도와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초저가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차 중 하이브리드카는 과도기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차 시장의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혼다는 인사이트에 이어 피트 하이브리드 등 4개 차종으로 라인업을 확충했다.

닛산과 스즈키도 하이브리드카 출시 계획을 갖고 있으며, 유럽업체 중에서도 BMW, 폴크스바겐, 푸조 등은 클린 디젤 외에 하이브리드카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궁극적인 친환경차의 하나로 전기차 개발도 업체별로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르노, 미씨비시 등은 이미 전기차 양산에 들어갔거나 양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