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은 '현의 노래'에서 왕과 함께 무덤에 묻혀야만 하는 '순장' 여인들의 한을 가슴 서늘하게 그려낸 바 있다.

이처럼 1500년 전 불과 16세의 나이에 순장의 희생자가 된 한 소녀의 모습이 복원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분에서 출토된 1500년 전 고대 순장 인골의 인체복원 모형을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이 16세 소녀는 턱뼈가 짧아 얼굴이 넓으나 목이 긴 미인형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발굴 당시 135cm 길이로 누워 있던 순장 인골은 법의학의 키 산출공식에 따라 152cm 안팎으로 추정됐다.

이후 모든 뼈를 복제해 자세를 맞춘 키는 151.5cm, 여기에 근육과 피부를 복원하고 머리카락을 심은 최종 키는 153.5cm다.

팔이 짧으나 허리는 21.5인치로 현대인(평균 26인치)에 비해 가늘며 거의 8등신에 속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인체 복원모형은 발굴된 뼈대를 다지털화하고 복제 뼈를 만들어 조립한 다음 인체 통계학 자료를 바탕으로 근육과 피부를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 실리콘 전신상으로 만들어졌다.

뼈에 남아있는 의학적 증거들을 통해 CT촬영, 3D 스캔, 디지털 복원 등 기법이 사용됐으며, 마무리 작업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최신 특수기법이 이용됐다.

연구소는 이번 인체복원을 통해 과거 이 땅에 살았던 한국인의 얼굴과 몸을 과학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복원모형은 오는 29일까지 고궁박물관에서 선보인 후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는 출토지인 창녕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된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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