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픽션'(1994)으로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로 다시 영화계를 흔들었다. 맛깔스런 대사와 살아있는 캐릭터,무릎을 치게하는 상상력으로 빛나는 수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 한 농가에 '유대인 사냥꾼'이란 별명의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이 찾아온다. 란다 대령은 농부를 서서히 옥죄고,농부는 마침내 마룻바닥 밑에 유대인 가족이 숨어있음을 털어놓는다. 란다 대령은 일가족을 몰살하고,숙녀 쇼사나만 도망쳐 복수를 꿈꾼다. 란다 대령이 농부에게 건네는 말에는 인종에 대한 편견과 무서울 정도로 논리적이면서 능글맞은 성격이 함축돼 있다.

란다 대령의 대척점에는 독일 병사들을 죽인 뒤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유대계 특수부대 '개떼들'의 지휘관인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가 있다. 그의 언어에도 란다 대령의 말처럼 재기와 공포가 어우러져 있다. 위트 있는 대사 뒤에는 끔찍한 폭력이 따르니까. 영화는 시종 두 진영의 폭력과 언어로 적절한 반죽을 빚어낸다. 이런 식의 구성은 일찍이 타란티노 감독이 '펄프픽션'에서도 선보인 것으로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표를 찌르는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쇼사나와 레인 중위가 꿈꾸는 복수극의 결말이 그것이다.

자막이 오를 즈음 관객들의 입에서는 "과연 타란티노"란 탄성이 새나온다. 영화와 관객을 감독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발견한 까닭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