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단말기 특성 악용, 온라인 열람 계정 유통
배우자 외도 의심해 뒷조사 의뢰


배우자나 애인 등의 외도를 의심하는 고객들로부터 뒷조사 의뢰를 받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훔쳐 볼 수 있도록 해 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5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유흥업소 업주 이모(43)씨와 휴대전화 판매업자 김모(35)씨를 구속하고 공범 양모(31.유흥주점 사장)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본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발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의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37명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하고 나서 가입 계정의 아이디와 암호를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뒷조사 전문 브로커와 심부름센터(흥신소)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문자매니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본인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을 받게 돼 있으나, 이들은 3세대(3G) 휴대전화에 꽂아 쓰게 돼 있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의 특성을 이용해 이동통신사를 속였다.

유심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록한 손톱 크기의 칩으로, 3G 휴대전화는 전화기 자체가 아니라 유심에 이런 정보가 기록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평소 잘 알던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에게 뒷조사 대상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며 당사자의 유심 등록 내역을 자기들이 가진 다른 유심으로 옮기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자신들이 가진 유심에 당사자의 정보를 몰래 옮겨 놓고서 이를 공단말기에 꽂아 쓰는 수법으로 일종의 `복제폰'을 만들어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거짓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복제폰으로 거짓 본인 인증을 받고서 문자매니저 계정을 만들어 아이디와 암호를 브로커와 심부름센터에 넘겨 건당 50만∼200만원에 팔도록 했다.

이렇게 타인의 문자매니저 계정을 불법으로 사 문자를 실시간으로 엿본 고객들은 대부분 배우자와 애인 등의 외도를 의심했던 자영업자와 회사원이었다.

경찰은 건축업자(57) 등 의뢰인 4명과 유심 명의 이전을 도운 이통사 대리점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다른 의뢰인들의 신원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원이 드러난 의뢰인들은 모두 남녀 문제로 괴로워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브로커 등의 꼬임에 빠져 홧김에 엿보기를 시작한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속된 이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의뢰인을 모집하고 계정을 판 브로커와 심부름센터 관계자 등의 뒤를 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