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10' 도약..10년 후 GE 추월, 셸·월마트와 나란히
사업·인력 구조, 성과체계 모두 재편


삼성전자가 30일 창립 40주년(11.1)을 맞아 선포한 '비전 2020'은 10년 안에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일종의 청사진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창립 30주년을 맞았을 때 매출 100조원, IT업계 글로벌 3위 진입이라는 목표를 내놓았고, 10년도 안 된 지난해 매출 118조원을 기록했다.

단순히 희망 섞인 목표일 수도 있었던 10년 전의 비전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연결 기준 매출이 처음 50조를 넘어선 게 불과 200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지난 10년이 전자업계의 강한 기업이 되는 과정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외형과 내실 모두 초일류로 = 삼성전자는 10년 후인 2020년 매출 4천억 달러를 달성하며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는 매출액 1천100억 달러로 40위에 올랐다.

1위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해 설립한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 더치 셸로, 매출 규모가 4천583억 달러에 이른다.

130년 전통의 GE는 1천832억 달러로 12위에 올라 있다.

IT 업종에서는 IBM(45위·1천36억달러), HP(32위·1천183억 달러) 정도가 50위권에 들어 있다.

10년 뒤 `비전 2020'이 실현되면 삼성전자는 현재의 HP와 GE를 넘어서고, 글로벌 10위에 올라 있는 로열 더치 셸, 엑손 모빌(2위·4천428억 달러), 월마트(3위·4천56억 달러) 같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올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19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2020년 브랜드 가치 5위 진입과 더불어 존경받는 기업 10위(올해 50위) 진입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형에서는 세계적인 에너지, 유통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업 가치와 문화 측면에서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겠다는 밑그림이다.

◇ 사업구조·성과체계·인력시스템도 확 바꾼다 = 삼성전자는 글로벌 10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짰다.

정보통신, AV(오디오·비디오) 중심의 세트·부품 사업구조를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위주로 바꾸고 의료·바이오, 환경·에너지, 편의·안락 등 '삶의 질 향상(Life care)'과 관련된 부분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추가해 21세기형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메모리와 휴대전화 등 경쟁력 우위에 있는 사업에선 후발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생활가전·컴퓨터·프린터 등 6개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워 현재 20% 수준인 이들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20년에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자산업과 다른 산업의 융합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5~10년 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바이오칩, 의료기기, 헬스, 태양전지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의 신사업이 핵심 대상이다.

제품기획과 개발, 제조, 판매 전 과정을 고객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다시 뜯어고치는 전사 마케팅 체제도 강화한다.

아울러 외부 기관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긴밀히 하고, 다른 분야 기업과의 협력 체계 등을 구축해 열린 혁신 체제를 정착시킬 예정이다.

사회공헌 활동의 전문화.다변화 및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등에도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또 창조적인 조직문화 구축과 인재 확보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성과보상 시스템과 인사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45% 수준인 해외 인력 비중을 2020년에 65%까지 높이고 한국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직원은 현재 850명에서 2천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대졸 여성 인력도 9천 명에서 1만5천 명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