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학생 10명 중 7명은 졸업 후 직업학교로 진학합니다.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산업현장과 밀접히 연계돼 배운 것을 곧바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앤디 윌슨 영국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칼리지 학장(사진)은 "중 · 고교와 전문대가 합쳐진 형태의 교육,높은 현장 활용 능력이 많은 학생을 직업학교로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에서는 대개 16세쯤 대학진학준비학교와 직업교육학교 중 어느 곳을 택할지 결정한다. 이 중 웨스트민스터와 같은 직업전문학교 선택 비율이 70%에 이른다. 한국의 실업고 진학률(30%)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표준화된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 영국 직업학교의 장점이다. 이는 영국의 직업교육 국가자격증(NVQ) 덕분이다. NVQ는 다시 5단계까지 등급이 매겨져 높은 레벨(최고 5)에 올라갈수록 취업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게 된다. 현재 NVQ는 영국 외 전 세계 28개국에서 인증하고 있다.

윌슨 학장은 이번에 영국 정부로부터 '직업교육대학 국제협력사업 지원 펀드'를 받아 NVQ의 한국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전남도립대와 호스피탈리티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전남도립대 소속 교수의 트레이닝 및 NVQ 학생 인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번 파트너십 체결에는 뷰티테라피 분야 동의과학대-플리머스대,여행 분야 경북과학대-노섬버랜드대,IT분야 영남이공대-랭카스터&모어캠브대가 각각 참여했다.

윌슨 학장은 현재 영국 푸드채널의 유명 요리사로 활동 중인 소피 웰스(24)를 예로 들었다. "소피는 중학교에 다니던 12세 때부터 웨스트민스터와 위탁교육 계약을 맺은 레스토랑에서 주말마다 일을 배웠습니다. 16세가 되던 해 웨스트민스터에 정식 입학한 소피는 유명 호텔 등에서 일을 배우며 18세에 NVQ를 획득하고 정식 요리사가 됐죠." 웨스트민스터에는 현재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직업교육을 받은 소피와 같은 학생이 2만여명에 이른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도 이 학교 출신이다.

윌슨 학장은 "직업교육은 직업교육답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직업교육 시스템은 특히 시행기관별로 그 수준이 판이하게 달라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국가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직업교육과 학문 교육을 똑같이 존중해주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