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구입할 때 가장 주목하게 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디자인, 최고속도, 안전성 등 개개인 각자의 선택기준은 다양합니다.

고유가로 인해 차량 유지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비도 큰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7월 자동차 시민연합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52%가 신차 구매 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연비를 지목했다고 합니다.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지식경제부는 올 1~9월 사이 공인연비가 등록된 차량들을 대상으로 연비를 조사해 순위를 매긴 자료를 27일 발표했습니다. 수입차도 포함됐구요.

이 자료에 따르면 가장 우수한 연비를 보인 차로는 기아차의 프라이드 1.5와 현대차 베르나 1.5의 디젤모델이 선정됐습니다. 리터당 22km를 달린다고 하니 하이브리드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네요.

[관련기사 : 올해 국내 출시된 자동차 중 '연비王'은?]

이 포스트를 통해 하려는 얘기는 다른 겁니다.

지경부는 이번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입차의 등록연비도 조사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차 중 가장 연비가 우수한 차량은 폭스바겐의 골프 2.0 TDI입니다. 디젤차량으로 리터당 17.9km를 주행할 수 있다네요. 실제로 이 차를 몰아본 적이 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실제 연비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에 일부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인연비가 관련부처에 등록된 시점을 기준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해, 각 업체들이 내세우는 고연비 모델들이 대거 탈락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실제로 수입차의 경우, 국내 판매에 앞서 미리 각종 테스트 등의 수입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출시 수개월 전에 미리 공인연비를 등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올해 1~9월에 등록된 차량만을 조사대상으로 삼은 이번 지경부 자료에서는, 각 수입처가 판매 중인 최신모델들 중 지난해 국내 등록절차를 마무리한 차량들이 누락되는 결과가 나오게 됐습니다.

프랑스 푸조를 국내 수입하는 한불모터스의 김주영 홍보팀장은 특히 아쉬워하더군요.

지난 7월 출시된 '따끈한' 신차인 푸조 308 MCP가 조사대상에서 누락됐기 때문입니다.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이 차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9.5km에 달합니다. 조사대상을 '올해 출시된 신차'로 범위를 넓혔다면 수입차 1위는 물론,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권이었을겁니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폭스바겐의 쿠페형 디젤세단 'CC'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리터당 16.2km를 주행하는 이 차는 조사대상에 포함됐더라면 4위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요.

아무튼 이날 발표된 지경부 보도자료는 저를 포함해 대다수의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는 좋은 기사거리였습니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봐도 이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들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비'가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푸조의 아쉬움은 더욱 짙을 것 같습니다.

지경부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자료는 올해 1~9월 사이 연비를 테스트한 차량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연비 순위' 자료를 앞으로 매 분기마다 낸다고 하는데, 조사기간동안 출시된 차량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더 유용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 : 사족이지만, 디젤 차량의 연비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네요. 성능이나 유지비 면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디젤 차량을 선호합니다.

다만 해외 자동차업체와 달리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에서는 디젤 모델의 출시가 드문 것 같습니다. 나오더라도 소형차 등급 아니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머무르는 것도 아쉽습니다.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디젤 차량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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