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에서 산정해 발표하는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9월21일 준선진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격상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돼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해외자금이 들어와 증시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대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졌다는 평가다.

한때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급락하면서 일부 글로벌펀드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상승과 함께 환차익을 실현하려고 주식을 팔아 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어차피 증시에서는 그런 일이 다반사이니 그리 우려할 만한 현상은 아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이달까지 8개월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선진증시로 격상한 이후에는 FTSE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계 투자자금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영국계 주식매수규모는 3조2575억원으로 그동안 줄곧 선두를 지켜오던 미국계(1조356억원)를 따돌리고 1위로 부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준선진시장 지수를 잣대로 삼는 글로벌 펀드들보다 선진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감안하더라도 순유입 효과는 4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는 우리 증시가 FTSE보다 영향력이 훨씬 큰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도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어서 외국인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해외 자금의 대거 유입을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들이 증시를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펀드 환매로 주식을 팔기에 바쁜 상황이어서 외국인 의존도가 마냥 올라가는 것은 자칫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우리 증시의 체질을 어떻게 선진화해나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이는 곧 펀드로 대표되는 장기 투자문화를 활성화해야 하는 일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만 해도 해외 유수의 금융업체들이 '단기이익 극대화'를 추구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의 임기 내에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외부자금 차입, 어마어마한 성과급 제시 등을 통해 무리하게 위험상품 투자를 늘린 것이다. 미국식 경영의 선구자인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던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단기투자가 특성인 개인들도 이 같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펀드만 해도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접목시킨 적립식펀드를 유지했던 투자자들은 지금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7년 증시 고점에 적립식으로 가입한 투자자들조차 이젠 수익을 내고 있다. 직접 주식에 투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펀드투자자이건,직접 투자자이건 간에 다시 기본인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우리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쏠림투자'에서 벗어나 예측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자가 누리는 '승자의 프리미엄'을 기업은 물론 주식 투자자들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