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끝난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려 KIA 타이거즈에 12년 만의 우승을 선사한 나지완(24)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새벽 2시쯤 잤고 좋은 꿈을 꾸지는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홈런을 때린 순간을 복기해달라고 하자 "맞는 순간 직감했다.

그래서 벤치에 앉은 동료 선수들을 쳐다봤다.

타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경기 끝나고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느냐'고 묻자 "1년 동안 노력한 것이 북받쳐 올라서 울었다"고 답했다.

역전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공은 황병일 타격코치에게 돌렸다.

나지완은 "사실 6차전까지 너무 못해서 3번 타자로서 면목이 없었는데 황 코치님이 '7차전에 한 번 해보자. 네가 홈런 2개 치면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됐다"면서 "황병일 코치님은 아버지라고 할 정도로 내게 소중한 분이다"고 말했다.

6차전까지 16타수3안타(타율 0.188)로 부진했던 나지완은 "자신감이 넘치다 보니까 내 공이 아닌데 자꾸 방망이가 나갔다"면서 "9회말에는 뒤에 희섭, 상현 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범현 KIA 감독은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을 때 나지완을 바꿀 생각이 없었느냐고 묻자 "지완이는 그냥 밀고 가려고 했다.

신인인데도 긴장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홈런을 쳤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홈런을 때린 SK 투수 채병용이 고교(신일고) 선배란 사실을 상기시키자 "잘 아는 형인데 미안하기도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사실 나도 병용이 형에게 많이 당했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선수로서 목표에 대해 "올 시즌 풀타임을 처음 뛰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이종범 선배님처럼 베테랑이 돼서도 솔선수범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룸메이트인 최희섭에게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이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나지완(41표)에 이어 2위(18표)를 한 아킬리노 로페즈에 대해서는 "사실 시즌 중에는 로페즈와 많이 싸웠다.

내가 수비 나가서 잔 실수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 MVP 호명할 때는 나도 '로페즈'를 외쳤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