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 펼쳐진 잠실구장.
KIA의 마무리 투수 유동훈이 9회초 SK의 공격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내려오자 잠실구장 1루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9회말이 시작되기 직전 '비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노래가락이 흘러나왔다.

타이거즈 야구팬들의 영원한 응원가 '남행열차'가 시작됐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5-5였지만 잠실벌의 3분의 2 이상을 점한 노란색 막대 풍선의 물결은 이미 역전의 순간을 예감하고 있는 듯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응원단 단상 옆으로 '포효하라, 타이거즈', 'GO, GO, V10'이라고 쓰인 두 개의 기둥이 올라갔다.

옆에는 대형 호랑이 인형이 '크응'하고 포효했다.

응원단장은 마이크를 부여잡고 "여러분 지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순간을 보실 준비가 됐습니까"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 말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나지완이 채병용의 6구를 통타해 왼쪽 스탠드 너머로 새까맣게 날려버린 순간 12년 동안 우승에 목말랐던 타이거즈 팬들은 환호하다 지쳐 눈물을 흘렸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97년 10월25일 잠실구장.
그때 해태 타이거즈는 LG를 6-1로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MVP는 이종범이었다.

IMF 직격탄을 맞고 2001년 후반기 간판을 KIA로 바꿔 단 이후 호랑이 군단은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2, 2003년 플레이오프에 나갔지만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파죽의 11연승을 달리며 거침없이 질주한 KIA는 12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역시 12년 만에 우승 샴페인을 터트렸다.

다이아몬드를 하얀 꽃가루로 장식하고 난 다음 KIA 선수들은 1루 스탠드 앞으로 향했다.

'날쌘돌이' 이용규, '명품다리' 김원섭, '해결사' 김상현 등 한 명 한 명을 호명할 때마다 관중석은 또 춤을 췄다.

조범현 감독은 "그동안 찾아와주신 팬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경기 전에도 "광주에서부터 올 시즌 내내 저희를 성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고 말했다.

타이거즈를 연호하는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스탠드에 남아 축제를 즐겼다.

12년 만에 찾아온 짜릿한 감격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것 같았다.

응원단장의 지휘로 다시 시작된 마지막 노래도 역시 '남행열차'였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라는 가사가 흘러나올 때 스탠드의 호남 야구팬은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