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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짧은 사랑 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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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난생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섰다. 신랑이 필자의 회사 직원이다 보니 신랑 신부는 물론이고 하객들이 한 구절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주례사를 쓰기로 했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마침 신랑은 경제적으로,또 간호사인 신부는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착안,사랑에 대해 말했다. 두 직업 모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지루한 업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사랑'과 '긴 사랑'의 차이다.

    젊은 시절 열정적인 사랑은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젊은 연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준 로미오와 줄리엣,타이타닉에서 남녀 주인공 잭과 로즈가 보여준 사랑은 짧은 사랑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눈과 눈이 마주치면 사랑은 시작된다. 그러다 보면 한 이불을 덮고 싶게 마련이다.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살면서 50~60년 긴 사랑을 하려면 젊은 날의 그것과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긴 사랑을 위해서는 내면세계가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흔히 말하는 '얼짱'보다는 성격,가치관,도덕성 등 내면에서 나오는 인간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의 내면세계가 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프랑스 문호 생텍쥐페리는 '젊은 시절의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지만,부부가 되어 살아가자면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긴 사랑을 위해 부부가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상대방의 아픔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이다. 부부의 사례는 아니지만,퇴계 이황 선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들이 21살의 젊은 나이로 죽고 며느리가 자식도 없이 청상과부가 되자 일부종사라는 조선시대 윤리관을 깨뜨린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며느리를 친정에 돌려보내 재가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의 고통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도덕도 윤리도 아니라는 이황 선생의 시대를 앞선 생각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역시 긴 사랑의 실천이다. 한글을 창제한 것은 글 없는 백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자기 것처럼 느끼는 감수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긴 사랑은 결혼한 부부에게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근대에는 총칼,그 이후에는 인사권에서 힘과 권력이 나왔다. 이제는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갖춰야 리더십을 오래 지탱할 수 있다. 정책 마련에도 긴 사랑이 필요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책임자로서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갖춰야 할 내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본다.

    홍성표 <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ccrschairman@ccr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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