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에릭 봉파르' 우승에 도전하는 김연아(19.고려대)가 새 시즌 프리스케이팅을 처음 공개했다.

김연아는 15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여자 싱글 첫 공식연습에서 미국 작곡가 조지 거쉰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은은하면서 때로는 강렬한 선율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점검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5개월 여동안 연습에 몰두했던 김연아가 취재진과 심판진 앞에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빙판에 올라선 김연아는 더블 악셀과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러츠 등 개별 점프 요소를 먼저 점검하고 나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이너바우어-더블 악셀 조합을 잇달아 시도했고, 흔들림 없는 착지로 박수를 받았다.

이윽고 자신의 연습시간이 돌아오자 김연아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양팔을 벌리고 웃음을 띤 표정을 지으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했다.

연이어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완벽하게 처리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 순서를 건너뛰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스파이럴 연기를 펼치며 다리의 높이까지 점검하는 여유를 보였다.

특히 이번 시즌 새로 도입한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마지막 점프인 더블 루프에서는 손을 높이 들어 예술성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기초점(6.3점)이 낮은 점프라서 가산점을 받으려는 의도로 손들기 동작을 넣은 것.
웃는 표정 속에 다양한 손동작으로 기술 요소 사이의 공백을 메운 김연아는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와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러츠로 이어지는 3연속 트리플 점프마저 가벼운 몸동작으로 연결해 탄성을 자아냈다.

최고난도인 레벨 4에 도전하는 스텝 시퀀스에서는 피아노와 브라스, 현악기의 느린 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강렬한 선율에 맞춰 힘있는 스케이팅을 보여줬다.

김연아는 팀파니의 강렬한 두드림과 어우러진 경쾌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을 돌고 나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뒤쪽을 쳐다보는 포즈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3년 전 경기를 치러봤던 경기장이라서 익숙하다.

어제 파리에 도착해 다른 링크에서 몸을 풀어 컨디션이 좋다.

빙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예전 프로그램들은 특정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연기가 관전포인트"라며 "이번에는 클래식한 음악에 맞춰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연아보다 앞서 공개훈련을 치른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는 자신의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 연습에 공을 들였으나 만족스러운 착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사다는 다른 선수들이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연습한 것과 달리 쇼트프로그램인 '가면무도회'에 맞춰 실전 훈련을 치러 눈길을 끌었다.

더블 악셀과 트리플 루프, 트리플 토루프 등 개별 점프를 훈련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착지 불안으로 넘어져 여전히 완성도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음악에 맞춘 연습이 끝나고 나서 아사다는 계속해서 트리플 악셀 훈련에 주력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아사다는 이날 훈련에 앞서 "그동안 러시아에서 실전 위주로 준비를 열심히 했다.

컨디션도 좋다"라고 대회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