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돼야"

TV 드라마에서 외국인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재연 프로그램과 일부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나 추석, 설 등 명절에 등장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 생활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끄는 주연급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그것도 검은 머리에 갈색 눈을 지닌 외국인이 아니라,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을 지녀 외모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배우들이 안방극장에 등장하고 있다.

금발에 푸른 눈, 국적도 프랑스인 황찬빈(본명 피에르 데포르트)은 지난 27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 배가 난파하면서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 외국인 윌리엄 역을 맡았다.

외국인이 드라마에서 주연급을 맡은 것은 한국 방송사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유창한 한국어와 잘 생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2년 전 KBS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의 특집 방송에 출연했다가 발탁된 그는 프랑스인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서 부산과 대전 등에서 중ㆍ고등학교에 다녀 한국어가 유창하다.

새어머니도 한국인이다.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는 미국인 마이클 블렁크가 스님이 되려고 한국에 온 외국인 카일 역으로 출연 중이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 웨이크보드 선수로 전향한 그는 탤런트 홍석천의 소개로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 정도 됐다는 그는 유창하다 못해 구수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는 캐나다 국적의 줄리엔 강이 원어민 교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격투기 선수인 데니스 강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SBS 드라마 '드림'과 '스타의 연인', 케이블 KBS 조이 '미남들의 포차' 등에서 이미 얼굴을 알렸다.

이밖에 미국계 한국인인 로버트 할리가 '탐나는도다'에서 톡톡 튀는 감초 역할로 출연 중이다.

앞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와 '달콤한 스파이'의 데니스 오 등이 드마라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TV 방송의 변방'에 머물던 외국인 배우들이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출연하게 된 뿌리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다.

독일에서 귀화한 그는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MBC 드라마 '제5공화국', KBS 드라마 '딸부잣집' 등에 출연하며 능숙한 한국어와 연기를 선보였다.

이렇듯 외국인 배우들의 연이은 드라마 출연과 주연급 발탁은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외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석비빔밥'의 백호민 PD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사람이 외국인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 외국인들의 출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외국인을 드라마에 출연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일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여서 그런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면이 있는데 그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인에게만 쏠리는 외국인에 대한 관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중문화평론가 탁현민은 "외국인 배우의 출연은 한국 사회가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다문화ㆍ다인종 사회로 변화할 좋은 계기다.

그러나 외국인 배우들의 출연이 앵글로-색슨 계열만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민족적 사대주의를 팽창시킬 위험이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가 드라마나 방송의 주제를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확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