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저축銀 연계신용 동반 급증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주식 외상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한 금액은 5조원을 웃돌고,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식연계 대출까지 더하면 5조6천억원대에 이른다.

이달 들어 3천억원, 작년말과 비교하면 3배로 증가한 것으로,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6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서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외상거래 6조 '눈앞'…작년말의 3배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은 지난 24일 기준 5조53억원으로 전월말보다 2천937억원 늘었다.

작년말에는 1조6천486억원에 불과했다.

외상거래는 통상 신용융자와 미수, 대주(貸株) 등을 말한다.

이 자금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와 별도로 저축은행 등에서 주식매입용으로 대출을 받은 연계신용, 일명 '스탁론'도 8월말 6천31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말 2천239억원에서 4천77억원(182%) 급증했다.

연계신용까지 감안하면 개인이 주식매입을 위해 빌린 빚이 모두 5조6천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수석연구원은 "2007년 6월 신용융자가 7조원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는 미수 제도가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신용으로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라며 "저축은행 연계신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현재의 외상거래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신용융자는 통상 90일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24일 4조7천881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3천225억원이 증가했다.

작년말의 1조5천60억원보다는 3조2천821억원이 급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다.

코스피에서는 2조3천391억원(192%), 코스닥에서는 9천430억원(328%)씩 늘었다.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신 대금을 지급하는 미수거래 잔액은 1천699억원이다.

대주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올리는 공매도(空賣渡)에 활용된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활발하기에 강세장에서는 급증하기 어렵지만 지난 6월 공매도가 허용(금융주는 제외)된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473억원에 달한다.

박응식 금융투자협회 증권시장팀장은 "증가하는 속도가 가파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 신용매물 '폭탄주의보'…당국 융자조건 엄격유지 주문
주가가 계속 오르는 강세장에서는 여윳돈이 부족하더라도 이러한 차입투자를 통해 수익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상승세가 꺾여 하락세로 돌아서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신용융자는 담보금의 1.5배까지 가능하다.

가령 종자돈이 2천만원이면 3천만원을 빌려 5천만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이때 대출금의 140%인 4천200만원이 최소담보유지비율로 적용된다.

주식가치가 4천2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부족분만큼 반대매매에 나선다.

저축은행 스탁론은 보증금의 5배까지 대출할 수 있기에 조금만 주가가 내려가도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로 매물이 쏟아지면 주가가 급락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1,700선으로 올라선 뒤 상승탄력이 확연히 둔화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주 기관은 1조4천42억원을 순매도하고 개인은 8천552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연일 매수에 나서면서 기관의 매도물량을 받아낸 것이다.

이같은 개인의 매수세에는 외상거래가 상당 부분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는 '빚낸 주식투자'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보다 더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이 보유한 채권.주식 등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예탁증권담보융자도 4조4천432억원에 이르고 있어, 이 가운데 일부는 추가적인 주식매입 자금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증권사와 연계해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마케팅을 펼치는 점도 외상거래 증가에 요인이 되고 있다.

만약 주가지수가 하락세로 돌변하면 '모래 위에 성'처럼 손절매할 겨를없이 증권사의 반대매매도 눈덩이처럼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사에 신용융자 조건을 엄격히 유지토록 하고 연계신용을 취급하는 데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곽병열 연구원은 "규모나 증가속도 모두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개인이 증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반대매매에 따른 신용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