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과 중국의 관리들은 주요 2개국(G2) 시대의 개막이라고 평가받은 '미 · 중 간 글로벌 전략 및 경제회담'에서 듣기좋은 말들은 모두 동원해서 분위기를 띄웠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후손들을 위한 미래를 향한 길을 (양국이 힘을 합쳐) 마련하자"고 호소했고,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은 '두 나라가 상이한 역사와 문화,사회 시스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냐'는 서방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 가능하다(Yes we can)"고 확답했다.

양국 간 관계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긴 힘들 듯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을 방문,국제 문제에서 양국 간 부담을 공유하자고 제안한다면 아마도 양국 간 접점을 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인 문제로 골치 아픈 미국과 지역 내 경제문제에 한정하려는 중국이 합의를 이루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나라가 협조에 나설 이유는 많다. 하지만 현실은 미국이 중국에 기대하는 것과,중국이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것 간의 간극이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양국 간 어마어마하게 큰 무역수지 격차에서부터 위안화 가치 평가,지식재산권 분쟁,달러화 기축통화,인권,북핵은 물론 보호주의까지 걸림돌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고려해야 할 양국 간 파트너십의 근본적인 장애물이 있다. 무엇보다 두 나라가 우선 해결해야 할 만만찮은 국내 현안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바라는 것과는 반대의 해결책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보다는 내수를 진작하길 바랄 테지만,중국 정부가 자국 내 실업을 키울 수도 있는 그런 정책을 선택하긴 쉽지 않다.

둘째로는 양국 모두 관료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과거보다 접촉할 관료집단이 넓어졌지만 과연 각국 정부 내에서 '교통정리'가 잘 이뤄져 미국 내에서 국무부와 재무부가 잘 협조할지,중국에서 외교부와 재정부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세 번째로 지적할 점은 양국 간에 상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진하려 해도 중국으로선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세계 지정학 무대에서 역할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굳이 중국이 이란이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수단,소말리아나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중국은 먼저 처리해야 할 국내 현안이 더 많은 나라다.

중국과 미국의 관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나라가 가치있는 전략적 동맹으로까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실제론 서로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이 글은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과 중국의 음(陰)과 양(陽)'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