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엣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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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숨가쁘다.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중도(중앙도서관) 같은 축약어에 합성어 신조어까지,자고 나면 새로운 말이 생기니 실로 따라잡기 어렵다. '낚이다 · 털리다 · 발리다'처럼 원래 뜻과 달리 쓰이는 것도 허다하니 어떤 때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외계인도 아니고 무슨무슨 여(女)와 남(男)은 왜 그렇게 많은가. 건어물녀와 초식남 운운하더니 이번엔 '엣지녀'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열공해야 겨우겨우 진도를 맞추지 안그러면 시대에 뒤진 '노땅' 소리를 듣는 건 물론 무슨 얘기인지 파악하지 못해 답답하기 십상이다.
도대체 건어물녀와 초식남은 뭐고 엣지녀는 또 뭔가. 건어물녀는 '호타루의 빛'이란 일본만화에서 유래된 말로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퇴근 후나 휴일엔 집에서 잠만 자거나 아무렇게나 하고 오징어 안주로 맥주나 마시는,사회생활에 지쳐 연애와 결혼에 무관심한 여성을 일컫는다.
초식남 역시 일본에서 생겨난 단어다.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지어낸 것으로 온순하고 제 일엔 열심이지만 연애와는 담 쌓은 채 혼자 생활하는 남성을 뜻한다. 건어물녀와 초식남이 이성 교제를 마다하는 남녀를 빗대 만들어진 조어라면 엣지녀는 스타일에 관련돼 탄생된 어휘다.
엣지(edge)란 모서리,각(角),날카로운 날이나 뚜렷한 선(線)을 뜻한다. '엣지 있다'는 '각이 살아있다''또렷하고 두드러진다' '독특하고 개성있다' 라는 말이다. 패션계에서 통용돼오다 SBS TV 주말드라마 '스타일'에 나오는 패션잡지(스타일) 편집차장 박기자(김혜수)가 자주 사용하면서 유행어로 떴다.
'엣지녀'란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확실히 구분될 만큼 세련되고 멋있거나 어딘가 비범하고 느낌 또한 남다른 여성이란 의미다. 약어나 조어가 많이 생기는 게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문자 메시지 확산에 따라 축약어가 급증하자 이를 해석해주는 전문 사이트는 물론 해석책자까지 나왔다는 마당이다.
언어의 생명이란 얼마나 널리 일반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한때의 유행어로 스러질 수도 있고 일상어로 자리잡아 사전에 오를 수도 있다.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영 어색하게만 들리는 '엣지 있게'가 어느 정도 살아 숨쉬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가능하면 보다 명쾌하고 산뜻한 우리말로 대체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게다가 외계인도 아니고 무슨무슨 여(女)와 남(男)은 왜 그렇게 많은가. 건어물녀와 초식남 운운하더니 이번엔 '엣지녀'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열공해야 겨우겨우 진도를 맞추지 안그러면 시대에 뒤진 '노땅' 소리를 듣는 건 물론 무슨 얘기인지 파악하지 못해 답답하기 십상이다.
도대체 건어물녀와 초식남은 뭐고 엣지녀는 또 뭔가. 건어물녀는 '호타루의 빛'이란 일본만화에서 유래된 말로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퇴근 후나 휴일엔 집에서 잠만 자거나 아무렇게나 하고 오징어 안주로 맥주나 마시는,사회생활에 지쳐 연애와 결혼에 무관심한 여성을 일컫는다.
초식남 역시 일본에서 생겨난 단어다.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지어낸 것으로 온순하고 제 일엔 열심이지만 연애와는 담 쌓은 채 혼자 생활하는 남성을 뜻한다. 건어물녀와 초식남이 이성 교제를 마다하는 남녀를 빗대 만들어진 조어라면 엣지녀는 스타일에 관련돼 탄생된 어휘다.
엣지(edge)란 모서리,각(角),날카로운 날이나 뚜렷한 선(線)을 뜻한다. '엣지 있다'는 '각이 살아있다''또렷하고 두드러진다' '독특하고 개성있다' 라는 말이다. 패션계에서 통용돼오다 SBS TV 주말드라마 '스타일'에 나오는 패션잡지(스타일) 편집차장 박기자(김혜수)가 자주 사용하면서 유행어로 떴다.
'엣지녀'란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확실히 구분될 만큼 세련되고 멋있거나 어딘가 비범하고 느낌 또한 남다른 여성이란 의미다. 약어나 조어가 많이 생기는 게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문자 메시지 확산에 따라 축약어가 급증하자 이를 해석해주는 전문 사이트는 물론 해석책자까지 나왔다는 마당이다.
언어의 생명이란 얼마나 널리 일반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한때의 유행어로 스러질 수도 있고 일상어로 자리잡아 사전에 오를 수도 있다.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영 어색하게만 들리는 '엣지 있게'가 어느 정도 살아 숨쉬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가능하면 보다 명쾌하고 산뜻한 우리말로 대체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