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점진적인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주 1600선 돌파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하는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증시의 추세 복귀와 미국 주택시장 지표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주 1600선 돌파 나설 듯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1591.41로 8주 연속 강세를 나타내며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달 초 5조원대로 떨어졌던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이 7조원 수준을 회복하고 거래량이 한 달여 만에 6억주를 넘어서는 등 잠시 시들했던 주식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5조1917억원으로 지난 5월26일(15조2101억원) 이후 두 달여 만에 15조원을 넘어섰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리 결정과 옵션 만기 등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났다"며 "특히 외국인 매수세와 업종 간 순환매가 지속되는 등 우호적인 증시 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선행지수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고 유동성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주 1600선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당분간 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정보기술(IT) 등 주도주들의 상승 추세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지수는 이번 주에 16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과열 부담이 만만치 않고 2분기 실적효과가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1600선 돌파 이후 추가적으로 상승폭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자생적인 경기 회복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 주택 관련 지표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대출규제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가 지지선 확보에 실패할 경우 추세를 이탈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 기관 쌍끌이 종목 주목

외국인과 달리 연일 '팔자'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관이 꾸준히 매수하고 있는 종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IT와 자동차 등 주도주 외에도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하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IT주 외에 해운 조선 기계 보험 등 업황이 '턴 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운임지수가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에만 각각 324억원과 323억원을 순매수하면서 10% 가까이 뜀박질했다. 대우조선해양STX팬오션 STX엔진 등도 외국인과 기관 모두의 '러브콜'을 받으며 오름세를 보였고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중국 굴착기 판매 호조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의 경우 업종 대표주보다는 가격 부담이 덜한 '옐로칩'이나 상대적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며 "IT 자동차 외에 보험 등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하는 종목들은 수급상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초과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IT와 운수장비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보험업종에 대해 각각 120억원과 614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동부화재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2억원과 110억원을 사들이면서 이달에 8.4%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1%)을 크게 웃돌았다. 이 연구원은 "경기 회복 시 강세를 보이는 금융업종 내에서도 보험주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키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